잡으려 할수록 비워지고, 비울수록 머무는 것

움켜쥔 것이 아닌, 흘려보낸 온기가 남는다

by BizManna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단어는 통장 잔고의 숫자와 거의 동의어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서점에 가면 재테크 서적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점령하고 있고, 친구들과 모여도 화제는 늘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흐르기 마련이죠.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교수님, 요즘 세상에 돈 없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나요?"


그런데 백 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통과해오신 김형석 교수님의 문장들을 마주할 때면, 마치 차가운 얼음물을 마신 듯 정신이 번쩍 듭니다. 그분은 단호하게 말씀하시거든요. 돈을 목적으로 사는 삶의 끝은 결국 ‘빈손’이라고 말이죠.


사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요즘 세상에 돈 없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나요?”라고 따져 묻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가만히 제 주변을,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지더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요? 교수님은 그 답으로 ‘일’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은 단순히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견뎌내야 하는 노동이 아닙니다. 내가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그 자각, 그리고 내가 쓸모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모든 행위를 뜻하죠.


일은 내가 쓸모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모든 행위


제가 아는 한 은퇴하신 선배는 매일 아침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습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그분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훨씬 표정이 밝아지셨어요. "오늘 내가 동네를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들었어"라는 그 만족감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일이 목적이 되는 삶은 우리를 매일 아침 설레게 만듭니다. '행복하게 산다'는 건 바로 이런 활기를 곁에 두는 일이 아닐까요?


하지만 인생의 진짜 정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베푸는 삶’입니다. 사실 ‘베푼다’는 말은 조금 거창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엄청난 기부를 해야 할 것 같고, 나를 희생해야 할 것만 같죠. 그런데 김형석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베풂'은 생각보다 훨씬 가깝고 따뜻한 것입니다. 내 지식을 나누고, 내 시간을 내어주고, 때로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마음 하나를 건네는 것. 그런 베풂이 쌓인 삶을 교수님은 ‘영광스럽다’고 표현하셨습니다.


"타인을 위해 비워낸 자리에는 사람의 향기가 머문다."


처음엔 왜 하필 '영광'이라는 단어를 쓰셨을까 궁금했는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만을 위해 채운 곳에는 향기가 나지 않지만, 타인을 위해 비워낸 자리에는 사람의 향기가 머문다는 것을요.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긴다는 것, 그것만큼 한 인간으로서 영광스러운 성취가 또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지금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지금 빈손으로 끝날 경주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매일의 행복과 영광을 쌓아가고 있는가. 김형석 교수님이 백 년의 세월을 통해 증명해 보이신 것처럼,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우리가 움켜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흘려보낸 온기들입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우리가 움켜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흘려보낸 온기들입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조금 더 가벼운 손으로, 하지만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떤 향기로 채워지고 있나요?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