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다
요즘 우리는 ‘리더’라는 말을 쉽게 사용합니다. 리더십은 중요한 역량처럼 이야기되고, 성공한 사람들의 필수 조건처럼 포장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리더가 되고 싶어 합니다.
팀의 책임자가 되고, 조직의 대표가 되고, 어딘가의 ‘장(長)’이 되기를 바랍니다. 명함 위에 적힌 한 줄의 직함이 나의 존재를 증명해 줄 것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할 때 비로소 내가 인정받는 것처럼 안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시다.
우리는 정말 누가 리더라고 믿고 있을까요. 성과를 내는 사람입니까.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입니까. 많은 사람 위에 서 있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아무도 남지 않으려 할 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우리는 종종 리더십을 ‘오르고 싶은 자리’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고대의 철학자 플라톤은 통치자는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치하면 공동체가 무너질 것을 알기에 그것을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통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리더십은 올라가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느껴지는 불안, 이대로 두면 균열이 깊어질 것이라는 직감, 그리고 그 균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임감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고, 누군가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해야 하며, 누군가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 부담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람, 그 사람이 리더입니다. 리더십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리더가 없으면 더 평등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계가 사라지면 갈등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리더가 사라진 자리는 아름다운 자율이 아니라, 조용한 방치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은 계속 미뤄지고, 갈등은 수면 아래에서 곪아가며, 책임은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공중에 떠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공중을 떠도는 듯 보이던 책임은 결국 누군가의 어깨 위에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짐은 종종 가장 말이 적은 사람, 가장 힘이 약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관계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리더는 필요합니다.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가장 약한 사람 앞에 내려앉게 될 짐을 대신 먼저 받아 들기 위해서입니다.
리더가 되는 순간은 임명장을 받는 날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먼저 사과하기로 결심하는 날, 팀 안의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는 날, 모두가 등을 돌릴 때 “잠깐만요”라고 말하는 날, 그날 우리는 이미 리더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직함이 없어도 우리는 영향을 미칩니다. 말 한마디, 침묵 하나, 표정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관계의 방향을 바꾸며, 공동체의 온도를 바꿉니다. 영향력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라옵니다. 리더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입니다.
조직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빠르게 흩어집니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비난이 시작될 때, 책임의 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할 때. 그 순간에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부족함을 인정하고, 때로는 대신 사과하며,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감수하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아니라 가장 먼저 바람을 맞는 사람이며, 가장 늦게 자리를 떠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리더십은 특권이라기보다 소모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 소모가 있기에 공동체는 버텨지고, 그 한 사람이 남아 있기에 사람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거창하게 바꾸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내 곁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공동체가 조용히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기 위해서, 책임이 가장 약한 사람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대신 받기 위해서입니다. 모두가 한 걸음 물러설 때, 누군가는 한 걸음 앞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 한 사람이 공동체를 지탱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리더라고 부릅니다.
리더는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모두가 한 걸음 물러서는 그 순간에도, 당신은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바로 당신이 리더입니다.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