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 마블(Marvel) 스튜디오

파산에서 아이언맨 , 그리고 어벤저스의 성공까지......

by 신승훈 Aceit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초록색 거대 괴물 헐크를 공중에 띄워준다. 공중에서 헐크는 무지막지한 파워로 악당들을 때려눕히고, 땅으로 떨어지는 헐크가 다치지 않도록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이 도와준다.

땅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빠른 속도로 적의 진영을 공격하며, 캡틴 아메리카를 옆에서 공격하려는 악당들에게는 어김없이 토르의 망치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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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만화보다도 더 만화 같은 판타지를 마블 스튜디오는 '어벤저스', 그리고 이어진 'Civil War'라는 영화를 통해 현실감있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수퍼히어로의 대거 출현에 열광하였으며, 어벤저스 멤버로 참여했던 영웅들은 각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솔로 시리즈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어벤저스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던 마블의 영웅 시리즈는 오히려 판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별도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가디언즈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어벤저스 멤버가 함께 만나 최후의 적인 타노스와 격돌한다는 소문에 이미 팬들은 심장이 뛰고 있다.


20, 30대의 성인 남자들은 장난감 가게에 가서 값비싼 마블 캐릭터의 장남감을 고급 승용차 보듯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아이폰의 케이스는 캡틴 아메리카 방패 무늬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말 그대로 마블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팬덤을 만들고 있다.

이쯤이면 아이언맨 이후로 마블 캐릭터를 접한 사람들은 마블이 항상 경쟁사인 DC코믹스보다 잘 해왔다고 생각할 법 하다.


아마 팬들 중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잘 나가는 마블이 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1996년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마블의 어두운 과거들


마블의 히스토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마블은 1939년 만화책 사업을 시작하여 1950년대까지 이어진 만화채 시장의 성공을 타고 성장했다. 이 당시 경쟁사들과 비교할만한 차이점은 시리즈를 통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캐릭터의 수이다. 마블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가 있으면 바로바로 캐릭터로 구현했고, 이를 통해 약 8,000개의 캐릭터라는 자산을 구축했다.

캐릭터의 숫자도 주목할만한 포인트지만, 캐릭터들의 특징에서도 역시 경쟁사인 DC코믹스와 차이점이 존재했다.

완벽하고 결함이 없는 수퍼히어로가 DC코믹스 영웅들의 특징이라면, 마블의 영웅들은 항상 사연이 있고 단점이 존재하는 '일반 사람'과 더 비슷했다. 범생이였던 피터 파커는 어느날 갑자기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되고, 바람둥이 재벌이었던 토니 스타크는 사고를 당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트를 장착하면서 아이언맨이 된다.

이처럼 사연있는 영웅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사실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영향이 컸다.

산업의 후퇴 후 1960년대 살아남은 만화책 회사는 사실상 마블과 DC코믹스 밖에 없었는데, DC코믹스가 전략적으로 마블의 유통망들을 인수하면서 마블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영웅들을 뽑아내던 '물량 공세' 전략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주로 아이들이 타겟이던 일반 만화책 유통망이 막힌 상태에서 마블은 새로운 타겟 고객으로 조금 더 높은 연령층인 '대학생'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런 '어른'들을 공략하기 위해 마블의 영웅들은 보다 깊은 사연과 현실적인 배경 설정을 필요로 했다.


어쨋든 산업의 후퇴로 수익을 내지 못한 마블은 기업사냥꾼(오로지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회사를 사고 파는 개인 또는 조직)들의 손을 거치며 점점 더 정체성을 잃어갔다.

기업사냥꾼들이 보기에 마블의 캐릭터들은 당장 어떤 일을 해서라도 돈을 뽑아내야 하는 소모품이었다. 이들은 마블의 캐릭터를 이용해 장난감을 만들어 팔고, 스포츠카드와 같은 투기성 카드도 만들어 판매하였다. 그리고 중간마진을 없애기 위해 당시 12개였던 만화책 판매채널들을 하나로 통일하였다.

부족한 판매채널, 부진한 캐릭터에 대한 투자, 영양가 없이 지속되었던 인수합병 등으로 시름시름 앓던 마블은 결국 1996년 파산을 선고 받는다. 그리고 1998년 새로운 주인인 Toy Biz가 턴어라운드 전문가들을 투입시키며 마블은 다시 회생하기 시작한다.



회생에서 어벤저스의 성공까지


새로운 주인이 보기에 마블의 문제점은 캐릭터의 인지도였다.

마블의 주 수익원은 만화책과 캐릭터 상품이었는데, 만화책 산업이 쇠퇴하여 캐릭터를 알리는데 한계가 있었고, 캐릭터가 알려지지 못하다보니 장남감들의 부가제품들의 판매도 부진한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블은 자신의 캐릭터들을 영화사에 라이센싱 해 주기 시작한다.

마블에게는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라이센싱은 마블에게 부족했던 현금을 보충해주었고, 직접 영화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므로 리스크도 적었으며, 만약 영화가 성공할 경우 이 흥행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마블이 라이센스를 준 캐릭터 영화들은(엑스맨, 스파이더맨 등)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자 마블은 조금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다. 바로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영화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캐릭터를 라이센싱 해 주는 것과,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언뜻보면 회사에 결여되어 있는 역량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느낌도 들지만, 마블은 이렇게 만든 첫 영화 '아이언맨'을 크게 히트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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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블은 일반 헐리우드 영화와는 매우 다른 접근방법을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다.

일단 그들은 유명한 주연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블이 보기에 만화 캐릭터는 그 자체로써 갖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배우의 인지도가 크기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따라서 배우 캐스팅에서 절감된 금액은 오히려 더 나은 프로듀서를 고용하는데 사용되었다.

또한 영화 제작과정에 있어 굵직한 의사결정들은 항상 마블 본사 직원들이 참여하는 Committee를 통해 이루어졌다. 어떻게 보면 창작자의 자유도를 빼앗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보기에는 마블의 세계과 스타일을 정확히 전달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이언맨의 성공 이후 어벤저스라는 블록버스터를 또 한번 터뜨리며, 마블은 어두운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헐리우드의 전통적인 제작사들이 부러워할만한 영화 제작사로 자리를 굳혔다. 마블은 2009년 디즈니에 자발적으로 인수되며 현재까지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마블의 성공을 어떤 경영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내가 싫어하는 경영학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기업의 성공사례가 있으면 그 사례를 설명하는 수 많은 이론들이 붙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블의 사례만 살펴보아도 자신들의 핵심경쟁력은 만화책 자체가 아닌 '캐릭터'라는 점을 파악해 영화, 게임, 장남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핵심역량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휴머니즘을 입힌 히어로를 통한 '차별화 전략', 유명배우를 안 쓰고 히어로 영화의 성공에 필요한 핵심 요소에만 투자한 'VE(Value engineering)'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면 일반 헐리우드 영화 제작 방식과 확연하게 차별화 되었던 제작방식과 기업문화가 성공요인으로 분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성공한 사람에게서는 장점만 보이는 법이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단점만 보일 뿐이다.


나는 이럴 때면 굳이 딱 '한 가지' 요인만 찾으려고 애를 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머리도 안 복잡하고 기억도 오래 남는다.

결국 지금의 마블이 존재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신의 한 수'는 파산 이후 새로운 경영진에 의해 시도된 '영화 라이센싱'이라고 생각된다.

'만화책'이 아닌 '캐릭터'가 수익의 원천이라는 것은 예전의 마블 경영진들도 알았다. 그렇기에 캐릭터 장남감 판매를 통해 수익처를 확장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캐릭터'들을 노출시키고 알리는 마케팅 채널에서 '만화책'은 더 이상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신규 경영진은 '영화'가 현대에 더욱 효과적인 캐틱터 마케팅 채널이 될 수 있음을 간파했던 것이다.


라이선싱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이후 영화의 실제 제작으로 넘어간 것은 '가치 사슬'의 확장 개념으로 설명된다. 결과적으로 성공을 했으니 마블의 가치사슬 확장은 베스트 프랙티스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당시 내가 마블에 있었다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가 잘 하는 '캐릭터 만들기'에 집중하고, 영화제작은 영화를 잘 만드는 '헐리우드'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의 원칙이 아니었는가? 만약 영화가 실패했다면 마블은 욕심을 부려 자신의 핵심역량을 벗어난 확장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의 1부는 마블의 과거와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라이벌 기업인 DC코믹스와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마블과 DC 모두 어렸을 때부터 친숙했던 캐릭터들을 갖고 있는 회사이기에,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피소드: 38, 39회 - [케이스 스터디] 마블 스튜디오

패널:

- 신작가: '어떻게 경영을 공부할 것인가?' 저자

- 최팀장(국내 대기업 & 스타트업 경력 서비스 기획자)

- 석박사(글로벌 전략 컨설팅 출신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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