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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Aug 09. 2020

혼자 하는 것들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내 인생의 파트를 영화라 생각하고 시즌1과 시즌2로 나눠본다면

대학생 때까지의 내 모습과 졸업한 후의 내 모습으로 나눠볼 수가 있겠다.

시즌2는 시즌1과는 다르게 주인공의 실패와 더 나은 성장과 여러모로 시즌1 때와 비교해

비슷한 듯 많은 것들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서 몰랐다.

친구들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고등학생 때는 기숙사 생활을 해서

친구들과 365일을 같이 붙어서 지내게 되었고,

대학생 때는 같은 과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모든 수업이 같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건물에 살기까지 해서 나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들이 적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지도

내가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대학교 졸업을 하고 아무도 없이 대전에 혼자 남게 되었을 때 

급격하게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는 타 지역으로 가고 남자 친구와는 이별하게 되었다.

20대의 절반을 함께한 4년 반의 연애가 끝이 나니 그 부재가 너무나도 컸다.


슬픈데 누군가를 만나서 털어놓을 수도 기댈 수도 없었다.

사람이 없었기에.

물론 만날 사람은 있었지만 진정으로 날 믿어주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졸업을 하고 난 후의 내 모습은 외로움을 많이 타고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우울하다는 곡소리를 내고 위로해주는 친구의 말을 듣다가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방법은

바로 혼자 있는 것을 즐기기로 하였다.

난 혼자 밥을 먹으러 갔고, 혼자 영화를 봤고, 혼자 쇼핑을 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재미들을 찾았다.

혼자가 썩 나쁘지 않으면서도 가끔은 옆에 사람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만 계속해서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았고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에세이 책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일 년에 1권도 읽지 않는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주일에 1권을 읽게 되었고 기대고 싶을 땐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면 난 나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나를 많이 알게 해 준 것은 역시 혼자 있음을 통해

나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은 바로 혼자 있을 때이다.

혼자 있으면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할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먹고 싶은 게 달라서 타협을 하지 않아도 되고,

좀 더 긴장을 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집순이 체질이 아닌 만날 사람이 없어 강제 집순이가 되었지만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을 때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다.

남을 위해서 하는 것들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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