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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Aug 16. 2020

나와 동일시하는 사랑

"예노야. 넌 참 이해심이 넓은 것 같아."

"응? 왜?"
"난 속이 좁거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내 친구도 싫어했으면 좋겠어. 근데 넌 안 그러잖아."


이 대화를 거슬러 가자면 이 대화를 나눈 사람인 나의 가장 친한 대학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노야. 서현이 결혼한다는데 너 결혼식 갈 거야?"
여기서 말하는 서현이는 대학교 때 사이가 갑작스럽게 멀어진 친구이다.

나는 그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도 몰랐고

이렇게 통해서 전해 들은 걸로 결혼식을 갈지 말지에 대해서 논한다는 게

기분이 상하기도 해서 가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만에 친구가 대전에 와서 하루 종일을 수다를 떨면서 옛날이야기도 하고

밤이 깊어지자 진솔한 얘기도 하게 되었는데 친구는 자신의 고향 친구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자신에게 막말을 하고 정말 상처 준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 상처 준 친구를 순희라고 하고 내 친구를 연이라고 하겠다.

연이는 순희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았고 졸업을 한 뒤는 연락도 끊고

손절한 상태였는데 어느 날부터 연이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순희와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고 함께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친구들과 순희가 노는 자리에서 연이를 부르기도 했는데

연이는 너무 기분 나빴다고 한다.

'나한테 상처 주고 내가 정말 싫어하는 애인걸 알고 있는데

왜 내 친구들은 그걸 몰라주는 거지. 왜 순희랑 자꾸 노는 거지' 하고 말이다.


그래서 연이는 자신은 이랬는데  내가 싫어하는 친구의 결혼식에 간다는 것을 알고

혹시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넌 그런 게 없어 보이길래 

자신과는 다르게 이해심이 넓은 것 같다고 얘기를 하였다.


우리는 때때로 유치함과 이기적인 마음을 동반하기도 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내 소중한 사람도 똑같이 싫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싫어하는 것은 똑같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좋아하는 것도 같이 좋아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다투는 이유는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자신과 같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발생한다고 한다.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다르다고 말하는 것과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비슷한 듯 하지만 정말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내 말이 맞아. 넌 틀렸어.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해?'

'뭐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너와 나는 달라. 근데 넌 왜 그런 생각을 해?'

어떠한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대화를 이어가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아무래도 내 친구 연이는 고향 친구들을 너무 아끼고 사랑했나 보다.

근데 그 사랑이 자기와 동일시하는 마음에서의 큰 사랑이었기 때문에

왜 내 맘을 몰라주는 건지 서운하고 자신을 더 이해해주길 바라고 더 신경 써주길 바랬다.

어떻게 보면 연이 말고도 나,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조금은 내려놓고 그 사람의 입장도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랑이 누구에게나 행복한 사랑이 되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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