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으면 S&P 500 ETF 사세요."
"미국 시장에 장기 투자하면 무조건 돈 법니다."
라고 말이죠. 특히, S&P 500 지수에 직접 투자하는 SPY, VOO 같은 ETF는 장기 투자의 정답처럼 여겨집니다. 개별 기업을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주 500개에 자동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으니,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ETF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산만 하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이 S&P 500 지수의 35~36%를 차지하며 '완전한 분산 투자'라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ETF 분산 구조의 현실과 그 속에서 놓치면 안 되는 핵심 포인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 또한 ETF 투자를 권하지만, ETF의 함정과 주의할 점을 꼭 알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TF(Exchange Traded Fund)는 본질적으로 ‘포트폴리오’입니다. S&P 500 ETF(SPY, VOO 등)는 미국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 약 500개로 구성됩니다. 이론적으로는 특정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해도 나머지 기업들이 버텨주면서 위험이 분산되는 구조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시가총액 가중치’입니다. S&P 500 ETF는 500개 종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담지 않습니다. 대신,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쉽게 말해,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대형 기술주가 ETF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입니다.
현재의 집중도는 역사적으로 매우 예외적인 수준입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에 따르면,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에도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이 27%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그보다 훨씬 높은 상황입니다.
2025년 8월 현재, S&P 500 ETF의 상위 10개 기업 비중을 살펴보면 그 집중도가 얼마나 심화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8.22%로 최상위를 차지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7.16%, 애플이 6.32%를 기록했습니다. 이어서 아마존 3.88%, 메타 3.08%, 브로드컴 2.65%, 알파벳 클래스A 2.16%, 알파벳 클래스C 1.75%, 테슬라 1.70%, 버크셔 해서웨이 1.57%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상위 10개 기업의 총비중은 약 37%에 달합니다. 이는 2015년 당시 18~20% 수준에서 불과 10년도 안 돼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상위 10개 기업이 거의 4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표면적으로는 500개 기업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실제 성과는 소수의 대형주에 달려 있는 포트폴리오인 셈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시장 성과를 분석해 보면 이 집중 현상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 불리는 7개 기업의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가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2024년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평균 60.5%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전체 시장을 끌고 간 실질적 동력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S&P 500 전체 수익의 50% 이상을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엔비디아는 S&P 500 상승분의 20% 이상을 단독으로 기여했습니다. 이는 한 개 기업이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성과의 5분의 1을 책임진 것으로,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2025년에 들어서면서도 이러한 집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성장률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에는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S&P 500 수익 성장 기여도가 33%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과거 몇 년간의 압도적 기여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감소한 수치입니다.
ETF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성공한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ETF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ETF의 장단점을 모두 이해하고, 자신의 투자 목표와 성향에 맞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ETF 투자를 통해 한두 기업의 급락이 전체 포트폴리오를 파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복잡한 개별 종목 분석 없이도 시장 전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별 종목 매매보다 낮은 수수료와 관리비용을 제공하며, 매일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이 공개되는 투명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시장 개장 시간 중 언제든 거래가 가능한 유동성 또한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현재 S&P 500 ETF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중 리스크의 역설입니다. 분산투자를 위해 ETF를 선택했지만, 실제로는 소수 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상위 10개 기업의 움직임이 전체 ETF 성과의 30% 이상을 좌우하는 상황입니다.
성과 희석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고성장 기업과 저성장 기업이 함께 묶여 있어 뛰어난 기업의 성과가 희석됩니다. 실제로 S&P 500 내 상당수 종목들이 2020~2024년 기간 평균을 밑도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섹터 쏠림 현상도 심각합니다. 기술주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져 경기 침체 시 낙폭이 확대될 우려가 있습니다. 전통 산업이나 경기 민감 업종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분산투자 자체는 틀린 전략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산 = 정답"이라고 단순화하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됩니다. 최근 5년간 시장을 움직인 건 매그니피센트 세븐 같은 소수의 주도주였고, 앞으로도 이들의 영향력이 지대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ETF를 통한 분산투자는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을 이해하고 식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TF는 분명히 가치 있는 투자 도구입니다. 특히, 투자 경험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제한적인 투자자들에게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작정 추종하기보다는, 구성 종목과 비중, 과거 성과를 꼼꼼히 점검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성장주 투자가 목적이라면, S&P 500 ETF 대신 20개 내외의 핵심 기업을 직접 포트폴리오로 묶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야별 대표 성장주를 이렇게 나눠볼 수 있습니다:
AI & 반도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클라우드 & 빅테크: 아마존, 구글, 메타
전기차 & 배터리: 테슬라, BYD, 샤오펑
헬스케어 혁신: 유나이티드헬스, 존슨앤존슨
에너지: 센트러스 에너지, MP 머티리얼즈
금융 & 결제: 골드만삭스, 블랙록, 버크셔 해서웨이, 비자
500개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로 구성하지 않고, 위 예시 기업들로만 자금을 분산했다고 가정해 보죠. 리스크가 높은 대신 ETF보다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일부 종목에 큰 비중을 강제로 투자하지 않고, 원하는 비중만큼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리서치와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현 시장처럼 집중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ETF 투자의 유용한 대안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상위 종목 비중 – 상위 10개 기업이 30% 이상이면 ‘집중 투자 ETF’ 일 수 있습니다.
섹터 집중도 – 기술주 비중이 과도하면 경기 침체 시 낙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장기 성과 분석 – 과거 5~10년 수익률이 몇몇 종목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고르게 성장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S&P 500 ETF는 흔히 ‘미국 경제 전체에 투자하는 방법’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안전’이나 ‘최선’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집중도는 1990년대 닷컴 버블 이후 최고 수준이며, 이는 분산 효과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ETF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 평균에 편승한다”는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투자 초보자일수록, ETF는 만능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ETF vs 직접 투자', 정답은 투자자의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 자금이 크지 않거나(월 100만 원 이하), 종목 분석에 시간을 쓸 수 없거나, 변동성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ETF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충분한 자금과 시간이 있고,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면 매그니피센트 세븐 같은 주도주를 선정 후 직접 분산투자하는 것이 현재 시장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투자 결정은 개인의 재정 상황과 위험 성향을 고려하여 신중히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