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편지] 피아노와 이야기 #2

유키 구라모토 - Meditation

by 섬의 편지
2. 유키 구라모토
-Meditation

-바야흐로 2004년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나는 우연한 기회에 유키 구라모토의 meditation을 듣게 되었고, 왜 인지 모르겠으나 당시 그 음악에 너무 심취해 피아노로 꼭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 피아노 학원 몇 개월 다닌 게 전부였지만 초등학교 졸업식 때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업라이트 피아노를 선물 받았었다.

처음 결심과는 다르게 어느 순간 방치되었고, 누구나 그랬듯이 항상 방구석에 존재감 없이 있거나, 옷을올려 놓던지, 책을 쌓아두던지.. 위에는 항상 먼지가 뽀얗던 피아노.

몇 년 만에 피아노 뚜껑을 열어 어색하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쳐 보던 기억이 난다.

우선 악보를 구하고 계이름을 잘 보지 못했던 나는 악보에 음 하나하나 연필로 계이름을 쓰며 짧게는 하루에 2~3마디씩 어렵게 연습을 이어 나갔다.

내가 살면서 가장 열심히 했던 일을 생각해보니 유키 구라모토의 meditation 을 연주한 게 두 번째 이고, 첫 번째는 초등학교 시절 이단 뛰기 시합 준비를 했을 때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짝사랑 하는 여자애가 있었고, 어느 날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단 뛰기 대회를 한다고 하였다.

당시 나는 이단 뛰기가 무엇인지도 몰라 단 한 개도 못해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아주 큰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일주일 뒤 선생님은 다시 대회를 연다고 하셨고.....

그날 이후로 나는 진짜 밥 먹고 수업 듣는 시간 이외에는 오로지 이단 뛰기만 했다.

학교 중간 쉬는 시간에는 옆에 빈 교실로 가서 10분 동안 이단 뛰기를 했고, 태권도장에서도 계속 이단 뛰기.. 집에 와서도 밥 먹고 마당에서 이단뛰기만 했다.

훗날 어머니는 그때를 기억하며 내가 진짜 미친 애인 줄 알았다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고 대회 날 나는 당당히 (105개 정도였던 거 같다) 1등을 할 수 있었다.

얼굴은 붉어져 터지려 하고 땀은 뻘뻘 났지만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던 기억과.. 결국 나는 그 친구와 사귀었던 기억도 !!


meditation을 연습했을 때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당시 보충수업이 끝나 집에 와서 밥 먹고 계속 그 곡만 연주했다.

처음에는 겨우 악보에 적힌 계이름을 보며 더듬더듬 연주하던 것이, 일주일이 지나고 이 주일이 지나니 어느 정도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악보를 안 보고 치는 정도가 아니라 눈을 감고 연주를 했다.

방에 불을 끄고 눈을 감고 연주해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연주를 했었다.

이 한 곡을 시작으로 자신감이 붙어 그 후로 여러 곡들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아.. 뜨겁던 나의 유년시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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