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Leaves
4. Autumn Leaves
- 이 곡을 생각하면 예전 세계 배낭여행했을 때가 떠오른다.
앞으로도 종종 언급이 되겠지만, 2016년 8월부터 12월까지 나는 17개국 32개 도시를 배낭여행했었고,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남미, 유럽, 아시아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그 해 유난히 덥던 8월 나는 멕시코 칸쿤에서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 (Havana)로 향했다.
지금은 송혜교와 박보검이 나왔던 드라마로 더 유명해졌겠지만 그 당시에도 많은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있는 여행지였고, 나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여행 전부터 가장 기대를 하고 있었다.
쿠바를 떠올리면
너무나 낯선 1950년대의 모습, 거리마다 줄줄이 지나다니는 올드 카, 내가 지나가면 “치나, 치나 (china)” 부르던 쿠바노들...
일주일 간 배웠던 지금은 거의 잊어버린 살사, 베갯잇이 피로 얼룩져 올드 카를 타고 급하게 응급실로 향했던 나의 첫 중이염, 쿠바 사람들 한 달 월급 가격인 맛없던 로브스타 까지..
마치 나는 다른 시대에 온 것처럼 모든 것이 신기했고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그중에서도 같은 까사(호스텔)에 머물던 한국인 두 명의 누나에게 추천받아 갔었던 로컬 바가 있었는데
굉장히 골목 구석진 곳에 혼자 환하게 불 켜져 밤새 쿠바노들과 여러 외국인들이 모히또, 다이끼리 등을 마시며 즐기던 바였다.
첫 날 밤에 가서 좋은 인상을 받고는 아바나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밤 그 바에서 다이끼리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었다. (중이염 걸린 날만 빼고)
하루는 주말 저녁 어김없이 바에 들려 다이끼리를 마시는데 그날따라 굉장히 많은 외국인들과 쿠바노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바 중앙에는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어 시간대가 되면 연주자가 나와서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었는데, 같이 갔던 A 누나 (까사에서 친해진)가 내가 음악을 한다는 걸 알고는 피아노를 연주해 달라는 것이었다.
마침 연주자는 쉬는 시간이었고 분위기도 너무나 자유로워서 누구나 나와서 연주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 쉽지 그 사람들과 나의 정서는 너무 다르고 준비된 곡도 없고... 하여튼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쿠바에서 연주해보겠냐는 생각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기대에 가득한 사람들의 눈빛과 도대체 무얼 연주해야 할지 모르겠고.. 하필 또 치나, 치나 거리며 비아냥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그나마 여기 사람들도 아는 스탠다드 재즈곡을 연주해야겠다 싶어 외우고 있던 Autumn Leaves 첫 소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옆에서 따라 부르기 시작한 너무나 멋졌던 이탈리아의 노 신사를 시작으로 하나 둘 흥얼 거리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나도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연주가 마치자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성, 엄지 척을 보이며 인사를 하던 사람까지..
긴장이 풀리고 내 순서 뒤 흥겨운 밴드가 와서 연주를 시작하였는데.. 그 날밤 바의 테이블을 다 치우고 모두들 하나가 되어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어깨동무하며 춤을 추고 놀았던 기억이 선하다.
떠나는 날 모든 도시가 아쉬웠지만 가장 아쉬웠던 쿠바의 아바나.. 노을이 지는 말레꼰 해변에서 한참을 바라보던 시간, 친절했던 까사의 애니따, 뱃살이 많고 매일 아이패드와 놀던 몽베르똥, 지금은 바르셀로나에서 멋지게 사진을 찍으며 지내는 A 누나 까지..
참 좋은 기억이었고, 참 좋은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