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에서 만들어지는 혁신
2018년 12월, 대만 신주(新竹), TSMC Fab 18. 새벽 3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이지만, 이곳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얀 방진복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클린룸 내에 복잡한 장비 사이를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입사 7년차로 7nm EUV 공정을 개발 중이던 첸샤오링(陈小玲)은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현재도 87.3%의 수율이어서 나쁘지 않았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수율은 90% 이상이었다.
새벽 4시가 되어 잠깐의 휴식이 주어졌다. 클린룸은 들어오고 나가기가 상당히 번거롭다. 입고 있던 방진복을 벗어 수거함에 넣고, 한 편에 마련된 휴게실로 갔다. 이 곳은 휴게실의 역할도 하지만, 간단한 미팅룸의 기능도 있다. 이미 다른 엔지니어들이 도착해 있었다. 새벽 4시에 공정 담당자와 장비 엔지니어, 품질 관리 담당자가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피곤했지만, 이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지난 주에 삼성전자가 3nm 공정 개발을 발표했어. 우리보다 먼저.”
“오늘 Apple 감사단이 온대”
압박감이 밀려왔다. 여전히 TSMC가 미세 공정 분야의 선두였지만, 간발의 차이일 뿐이었다. 아이디어를 교환 후 새벽 5시, 그들은 다시 클린룸으로 돌아갔다. 탈의실 입구에서 에어 샤워를 하고, 방진복을 착용한 후 한번 더 에어 샤워를 해야했다. 클린룸에 들어가는 데만 이렇게 10분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첸이 가려고 하는 리소그래피 룸은 한번의 에어 샤워가 더 필요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자신의 일터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것이 반도체 칩 산업의 현실이다. 뉴스에서는 결과를 이야기하지만, 그 결과를 위해 가장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이곳에서 자신들의 열정을 불태운다. 24시간 365일. 팹은 쉬지않고 돌아간다. 이들의 이름은 뉴스에 나오지 않고, 노벨상을 받을 일도 없지만, 이들 없이는 아이폰도, 테슬라도, 챗GPT도 존재할 수 없다.
4부는 이런 현장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했다. 공장의 엔지니어들, 실험실의 연구원들, 생산라인의 기술자들.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 기술을 움직이는 진짜 손들.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엄청난 경쟁 압박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