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여행자에게 주는 선물

이탈리아, 베르가모(Bergamo)

by 배종훈

#1


여행을 느긋한 산책처럼 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대도시 외곽에 숙소를 정해야한다. 베르가모, 생소한 이름의 도시지만 예정에 없던 곳, 약속하지 않은 사람, 계획하지 않은 일정이 만드는 설렘이 잊지 못할 여행의 즐거움 아닐까?


언제나 여행은 준비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설레는 게 사실이다. 나는 이번 여행을 기다리면서 출퇴근길 자동차로 터널을 지날 때마다, 좁은 골목길의 모퉁이를 지날 때마다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터널 너머, 골목길 모퉁이에서 내가 꿈꾸는 유럽의 어느 곳,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오래된 도시가 펼쳐지길 바랐다.


푸니쿨라에서 내리면 베키아광장으로 향하는 마을의 골목길이 펼쳐지는데 여행 전에 예상한 바로 그곳이었다. 모퉁이가 궁금해지는 낡은 골목, 집집마다 걸린 화분과 장식, 오래된 나무문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성당의 종소리는 유럽 여행에서 내가 소망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안겨주기에 충분한 도시였다. 이런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할 때마다 유럽의 골목길 여행이 주는 매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워낙 마을이 작아 비슷한 터널과 골목을 몇 번이나 지나쳤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서울의 골목에서 내내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다가 그 끝에서 살짝 미소 지었던 그 설렘이 바로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여기서 본 것과 닮은 작은 화분과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빵 굽는 냄새, 길가에 핀 들꽃 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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