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여행의 즐거움

이탈리아 베르가모 여행

by 배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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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몇 바퀴나 돌았을까? 무릎이 뻐근해진 다음에야 베키아 광장으로 돌아왔다. 우아한 팔라초와 웅장한 성당, 종탑, 노천 카페로 둘러싸인 베키아 광장의 중앙에 콘타리니 분수가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찌 보면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베키아 광장의 아름다움의 정점이었다. 하얀 대리석으로 조각된 사자상과 사람 머리로 장식된 스핑크스가 원형의 분수를 둘러싸고 있었다. 베르가모의 대표적 포토스팟으로 광장의 남쪽에 있는 팔라초나 시립도서관의 대리석 파케이드를 배경으로 콘타리니 분수를 담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핸드폰 카메라를 켜 슬쩍 들어보니 그대로 엽서 사진이다.


분수는 바로크풍으로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분수들과 굉장히 많이 닮아 있었다. 사실 콘타리니는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파송된 베르가모 행정관의 이름이다. 1780년 콘타리니는 자신의 직무를 끝내고 베르가모를 떠나면서 이별 선물로 도시의 사람들에게 이 분수를 선물했다. 언덕 위의 고지대라 그 당시 베르가모는 가뭄이 잦았고 주민들은 물이 부족해 항상 고통을 겪었다.


베키아 광장에서는 베르가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과 콜레오니 예배당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성당 내부에는 16세기 피렌체에서 제작된 태피스트리가 천장과 벽면을 우아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성당에는 베르가모 출신의 음악가 도제니티의 무덤도 있다. 특히 성당 왼편 사자상이 기둥을 받치고 있는 현관 입구 조형물은 캄피오네가 베로나의 대리석으로 만들었는데 우아한 기품이 넘쳐나 그냥 지나치다가도 돌아보게 만드는 무엇이 있었다. 베네치아풍의 아름다운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종합 예술작품이었다. 다른 도시의 큰 성당이나 건축물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관광객이 적어 여유로운 내부가 여행 자체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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