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자동텐트 맞지?

유럽 캠핑 여행 텐트 선택

by 배종훈

여름에 유럽을 여행하는 방법 중에 캠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을 주는 옵션이다.


여름 유럽 캠핑여행을 준비하면서 절반 이상을 캠핑장에서 숙박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첫 유럽 캠핑 여행이라(사실 한국에서도 글램핑 몇 번을 가본게 전부였였지만) 한국에서 가져갈 것과 현지에서 구입할 것을 정확하게 나눌 수 없었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얻은 정보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름철 성수기라 현지에서도 텐트의 비용이 비싸므로 한국에서 가볍게 펴고 접을 수 있는 자동텐트를 준비하라는 이야기와 텐트는 무게가 많이 나가고 부피도 크기 때문에 수하물 비용이 더 많이 나와서 결국은 현지에서 사는 것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이야기,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편리한 코펠을 구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유럽엔 캠핑이 발전해서 우리나라 것보다 더 다양하고 좋은 것이 많으니 현지에서 사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 등......


실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렇게 상반된 정보는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 문제로 회의를 몇 번이나 할 정도로 골치 아픈 문제였다. 긴 회의로 결정한 것은 이랬다. 우선 텐트는 자동 텐트로 5-6인용을 사고, 코펠은 카드 포인트로 얻은 것을 챙겼다. 다음으로 버너와 칼, 가위 등은 현지에서 구입하고 침낭이나 베게, 이불 등은 여름을 생각해 가벼운 것으로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으로 차가운 바닥 냉기와 새벽과 밤의 온도 저하를 막는 전기담요를 준비했다.


출발하는 날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텐트의 부피와 무게 문제로 추가 수하물로 분류되었고 약 30만원을 더 내야했다. 시작부터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머리 위를 덮는 것 같았다. 텐트를 구입한 비용이 20만원을 넘지 않아 역시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저렴하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편도 운송비로 30만원이 나왔으니 현지에서 사는게 어떻겠느냐고 했던 친구에게 30만원어치 질책을 여행 내내 들어야했다. 그리고 첫 캠핑장에서 신나게 펼친 텐트는 나를 두 번 죽였다. 준비해간 자동 텐트는 뼈대부터 모든 것을 하나하나 조립하는 어떤 부분이 자동인지 알 수 없는 자동 텐트(계속해서 자동 텐트라고 하는 이유는 텐트 포장 박스에 당당하게 ‘자동 텐트’라는 문구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였다.


나중에는 그 텐트도 순식간에 펴고 접을 수 있을만큼 손이 빨라졌지만 처음 상자를 열었을 때 이게 뭐야라고 소리치던 친구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욕을 욕대로 먹고 지쳐 장을 보러 갔던 현지의 캠핑 장비 마트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텐트와 코펠, 버너, 장비들이 그것도 아주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나를 비웃고 있었다. 뒤통수에서 선명하게 들린 똥멍청이라는 소리도 역시 귀에 선하다.


부족한 캠핑 장비들을 사서 모두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돌아왔지만 좌충우돌하며 텐트를 치고, 쌀을 씻어 밥을 짓고 텐트 앞에 둘러 앉아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여행의 즐거운 순간 중 최고였다. 처음보는 풍광과 독특한 건축물이 주는 여행의 즐거움도 있지만 친구들과 나누는 웃음과 이야기, 식사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 날 텐트와의 사투는 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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