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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May 05. 2019

아내가 세상을 떠나도 빨래는 개야합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부고는 모든 가족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가벼운 수술 후 정상적으로 회복하시던 모습이 이틀전이었는데 수술과 관련이 없는 호흡곤란으로 인해 대학병원으로 이송, 중환자실 치료, 의식불명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이의 정신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조금 호전되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에 한시름 내렸었다. 


그런데 점심 때 받은 위독하다는 전화와 병원 도착과 동시에 들은 사망선고는 몸을 지탱하던 바람이 한꺼번에 빠지는 풍선의 그것이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장례식장을 잡아야하고, 상조회사와 여기저기에 부고를 전해야했으며, 직장과 아이들의 학교, 학원에 장례기간 동안 출근하거나 학교에 갈 수 없음을 통지해야 했다. 오히려 자식을 다독이며 움직이는 아버님의 모습이 경이롭게 보였다.


어머님을 태운 엠블런스가 장례식장으로 떠나고 아버님과 옷가지와 이런저런 용품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가방에 짐을 담는동안 아버님은 옥상에서 빠삭빠삭 소리가 날만큼 잘 마른 빨래를 걷어 내려오셨다. 그건 나중에 하시고 잠시 앉아 계시라고 해도 아버님은 한사코 거실에 쪼그려 앉아 빨래를 개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은 순간이 거실에 찾아왔다. 


"당신이 세상을 떠나도 빨래는 개야하네....그렇지? 여보..."


아버님은 울먹울먹 하다가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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