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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Aug 18. 2019

장인어른이 <호텔 델루나>를 보십니다.

평소 드라마를 보지 않으시는 장인어른이 요즘 <호텔 델루나>에 푹 빠져 계십니다. 아마도 그 장면 때문이었나 봅니다. 월식이 있는 날은 잠시나마  산사람도 호텔 델루나를 볼 수 있고, 그곳에 가면 죽은 이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요. 


장모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지 어느새 100일이 지났습니다. 일상에서 나누었던 어머님과의 추억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울음을 참지 못하는 가족들의 분위기도 이젠 조금은 치유되고 있지만 아내를 떠나보낸 아버님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항상 장모님이 누우셨던 자리를 비워두고 그 곁에 누워 계시니까요.


하루종일 켜둔 TV에서 재방송으로 그 장면을 보시고는 수시로 그 장면을 찾아 돌려보고 계시지요. 장인어른이 어떤 상상을 하시면서 그 장면을 보고 또 보시는지 알기에 드라마를 보고 계신 아버님의 모습에 신기해서 '아버님, 요즘엔 드라마도 보시네요. 그거 요즘 아주 인기 드라마에요.'라고 했던 내 말이 가슴을 막은 듯 아프고 답답합니다.


"저런 호텔이 정말 어디 있으면 좋겠어. 나도 살아있을 때 하지 못한 말을 한번이라도 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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