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러 유럽에 간건 아닌데..11화

동감의 대화

by 배종훈

론강을 바라보며 걸어 올라가 아비뇽의 지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가까이부터 멀리까지 지상을 가득 채운 빛바랜 주황색 지붕. 지붕 속에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스케치북을 꺼내 시가지 풍경을 그렸다. 해가 지는 모습도 그림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 그런데 나는 그림 안에 흘러가는 시간도 담고 싶다.


언제부터였는지 그녀가 아래쪽 돌계단에 앉아 론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봤을까? 내가 일부러 부르지 않은 것처럼 그녀도 일부러 나를 안 부른 걸까?


가슴이 먹먹한 풍경 앞에서는 서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좋다. 아무리 꺼내도 부족한 몇 마디의 말보다 감동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만히 느끼도록 서로를 그냥 놔두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말없는 대화의 순간이다.


프랑스-아비뇽-로세돔공원3.jpg


유럽에서 만난 여자와 소심한 남자의 짝사랑 이야기--- 유럽을 그리다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390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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