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의 염원이 올해 이루어 질 예정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지난 2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의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2017년, 20대 국회에서 최초 발의된 이후 약 10년 만에 제정의 문턱에 서게 된 셈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논의는 있었다. 그러나 ‘탈시설’ 용어를 둘러싼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탈시설 정책의 방향과 속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핵심 쟁점이었다.
사실 22대 국회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탈시설’의 정의와 적용 범위, 정책 이행 방식 등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 이어졌다. 이에 정부가 국회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관한 수정안을 제시했고, 최종적으로 ‘탈시설화 등’이라는 표현을 포함한 제정안이 법안소위에서 의결됐다. 탈시설 용어의 강도를 조정하면서도 정책 방향성은 유지하려는 절충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법안소위 의결은 국민의힘 소속 복지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졌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정치적 이유로 상임위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태도 역시 책임 있는 의정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민주당 주도의 의결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엔 속도를 더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번에도 양당 복지위원 전원이 참여해 논의가 진행됐다면 다양한 의견이 상충되며 합의가 지연됐을 가능성도 높다. 결과적으로 거대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진전된 현 상황이, 오랜 시간 제정을 요구해 온 장애계의 기대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제정 이후, 1989년 「장애인복지법」 전부 개정을 통해 장애인복지법은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기본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장애계는 기존 법체계가 서비스 제공 중심의 시혜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제시하는 권리 기반 접근, 즉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보는 관점이 국내 법제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단순한 복지법의 보완을 넘어 권리 보장을 중심에 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시도로 논의돼 왔다.
그렇게 장애계의 염원을 담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올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기류가 보인다. 특히, 올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제적으로도 장애인 복지에 대한 여러 이슈들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점에서 협약을 기반으로 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세계적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었다. 오랜 기간 장애인을 등급으로 나누는 문제를 지적하며, 등급에 따른 장애인 복지와 서비스 제공의 차별을 강조하면서다. 그렇게 1~6급은 '중증'과 '경증'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장애계는 장애등급제가 완전히 폐지되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도 이러한 과오를 밟아서는 안 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법 통과 그 자체가 아니라, 제정 이후의 실효성이다. 선언적 규정에 머무르지 않고 예산, 행정체계, 권리구제 절차까지 구체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