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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Feb 20. 2022

장애인 단체는 결국 행정력 싸움이다.

장애인단체의 행정력의 상향평준화를 기대하는 사회복지사 이야기

0. 들어가기


연초가 되면 많은 회사의 회계직원들이 연말정산 업무를 진행한다. 매달 근로자의 원천징수한 세금과 4대 보험을 각자의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항목들을 합산한 토대로 환급을 받거나 토해내야 하는 일이다. 장애인 단체에서는 아무래도 운영팀과 행정팀이 급여를 지출하기 때문에, 연말정산 또한 운영팀과 행정팀이 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행정팀이라 하겠다.)


급여는 매달 주고, 급여를 주지 않으면 발생하는 재앙(?)들이 워낙 큰 것을 알기에 행정팀도 루틴 한 업무라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연말정산의 경우 1년에 한 번 하고, 달라지는 세금 정책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접하지 못하고, 달라져 있는 상황을 인지 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결국 12개월 동안 열심히 일한 근로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적어질 뿐이다.


이 때문에 담당자가 제대로 된 연말정산의 업무 과정을 알지 못한다면, 그저 원천징수당한 근로자는 그 상황을 알 수도 없고, 당연히 우리 행정팀이 잘했겠지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21년 11월부터 근로자에게 임금지급명세서를 의무로 주어야 하는 법이 바뀌면서, 근로자 스스로 원천징수된 항목들을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사회복지사들 중 그 급여를 얼마나 자세히 고민하고 신경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1. 부장님, 연말 정산 교육 좀 해주세요


2월 초, 우리 협회 산하 조직의 행정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말정산 교육 요청이 들어왔다. 이룸센터에서 20명 정도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2시간가량 연말정산에 대한 교육을 기획행정부 부장님이 직접 진행했다. 담당자들이 대략적인 업무의 흐름은 알고 있었지만, 놓칠 수 있는 부분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였고, 실무에 최적화된 교육을 하였다.


역시나 강의가 끝난 뒤, 여기저기 웅성 웅성 하는 분위기였다. 아차 싶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차례차례 하면서, 부장님도 혹시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있단 생각에 메모를 다 하고 교육이 끝나자마자 우리 부서에 와서 해당 내용을 체크하였다.  


교육에 대한 피드백을 하면서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다. 행정팀 담당자의 역량 부족으로만 생각해 볼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방법적인 접근이 맞는지 틀린 지를 알아가는 것조차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인이 직접 전국 각지에 있는 수많은 산하 조직의 행정팀을 서울에 와서 교육을 받으라고 할 수 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협회 산하 조직의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말정산 교육 모습

2. 장애인 단체가 행정력을 키우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 협회는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지회를 산하 조직으로 두고 있다. 만약 이 247개의 산하조직의 행정력을 1위부터 247위로 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과연 어떤 기준으로 등수를 매길 수 있을까? 앞서 설명한 연말정산을 가장 잘하는 조직이 높은 점수를 받을까? 아니면, 지자체로부터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받은 곳이 높은 점수를 받을까? 그 기준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탈 것이다.


장애인단체의 경우, 지자체로부터 복지관 같이 위수탁을 받아서 예산을 편성받아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주로 사업비를 편성받아서 그 사업을 수행하는 인건비를 토대로 직원을 뽑고, 해당 사업에 대한 연속성 여부에 따라 그 직원이 계속해서 해당 장애인단체에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으로 예산을 편성받는 복지관의 경우, 일단 인건비가 보장되고, 그에 따른 운영비 또한 보장이 되기 때문에 기관 운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건비 반영도 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사업비는 별도로 프로포졀을 통해 별도로 책정이 된다. 또한 1년에 한 번 지자체 지도점검을 받고, 3년에 한 번 수탁 법인의 경우 위수탁 결정 여부 또한 받기 때문에 늘 감사와 점검이란 상황에 놓여 있기에 행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장애인단체는 지자체로부터 사업비로 인건비와 운영비가 보존되기 때문에, 그 사업이 연속성이 없어서 끝나는 경우, 해당 직원에 대한 인건비를 보존해줄 수가 없다. 계약이 만료되어 그만두거나 원래 하던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을 진행하여서 다시 예산을 편성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회원 단체는 회원비를 통해서 조직을 운영하거나 지정후원금을 통해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다.  


복지관에 있는 분들은 5년 정도 돼야, 아 일 좀 슬슬 하겠구나 한다고 생각한다면, 장애인 단체는 계약직으로 들어오는 1년, 2년 사업단위의 직원을 뽑기 때문에, 일에 대한 전문성이 생길 무렵 담당자가 바뀌거나 업무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행정력을 키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 모든 행정업무의 시작인 공문 쓰는 방법, 정말 그렇게 중요할까?


2019년도 협회 산하조직 종사자들을 위한 역량 강화 실무 교육을 진행했을 때 공문 작성의 요령이란 파트로 그 당시 조직시설국장님이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당시 처음 공문이란 걸 작성해 보았고, 두문, 본문, 결문에 이르는 파트마다 작성 방법과 원칙이 나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


우리 협회는 공문을 작성하는 곳이 아니라, 사문을 작성하는 곳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봤다. 이게 왜 공문이지? 공적인 영역(공무원 사회)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우리 협회에서 사용하는 문서인데, 사문이라고 표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만약 일반 회사에서도 공문서라는 말을 작성하지 않고 주로 기안문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기업은 공문이란 표현보다는 기안 작성 및 보고서 형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런 합리적인 의심의 해결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우리는 사문을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가 쓴 사문이 지자체와 같은 공무원 체계가 그 문서를 접수하고 결재를 하게 되어서 그 문서의 공적 효력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부턴 공문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 협회가 작성한 사문이 공무원이 접수하게 되면 그때부터 그 문서는 공문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 협회는 지자체로부터 업무 협조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이러한 업무 협조는 문서로 주고받기 때문에 우리의 사문이 공문으로 되는 것이고, 그에 따른 공문 작성 방법 또한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문 작성은 그 지자체와 중앙정부 모두를 포함하는 국가 행정력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다.


너무 과대 해석하고 포장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애인 단체 종사자로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면 공문 작성에 대한 부분을 결코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4. 장애인 단체 종사자는 제네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친구들이 가끔 장애인 단체에서 일을 하는데 넌 왜 이렇게 일이 많고, 출장도 많고, 아무튼 하는 일이 왜 이리 많냐고 얘기한다. 물론 내 성격적인 부분이라, 이것 저것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불러온 재앙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정업무가 많다.


우리 협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지자체,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공단, 기획재정부, 국세청, 행정안전부, 각종 보험공단 등 유관기관에 제출해야 되는 자료들이 매일, 매월, 매년 존재한다. 이런 일들은 결국 행정팀이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한다.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각자 있을 것이다. 하나의 전문 분야를 끊임없이 파고드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다양한 여러 분야를 통달하고 싶어 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는 종사자라면 어쩔 수 없이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 혼자서 다양한 일들을 다 처리해야 되기 때문이다. 우리 장애인 단체에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행정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있는 장애인 복지와 정책에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결국 그 정책과 기조가 앞으로 반영될 사업과 예산에 반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기조를 파악하고 있다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원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플로우 안에서 한 가지만 잘하는 스페셜리스트는 사실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런 사회복지 시스템 안에서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냐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맞게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일단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최선이 결국 장애인 복지와 그 지역사회 장애인 분들에게 돌아갈 사회복지 혜택이기 때문이다.


0. 나가기


최근에 우리 협회 산하에 있는 행정 담당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자주 하는 질문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아 매뉴얼화를 시켜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직은 내가 실력이 많이 부족하고 나 역시도 행정 업무를 배우고 있는 입장이라, 내가 행정 업무와 관련된 업무매뉴얼을 만들어 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영상 매뉴얼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 오랜 시간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전국에 각지에 퍼져 있는 우리 협회 산하 조직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비전과 생각을 품고 매일 업무를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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