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없지만, 자격은 갖추고 싶은 사회복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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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우리 협회에 입사했을 때, 한 가지 낯선 표현이 있었다. 바로 '선생님'이다. 사원, 주임, 대리, 과장, 부장, 국장과 같은 직급체제가 있는 곳에서 일반 사원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방선생님'으로 불린다. 난 누굴 가르칠 자격도, 자신도 없는데, 어느 날부터 '선생님'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선생님'이란 호칭을 부르는 것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소위 불리는 표현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교회 주일학교 시절 이후로 선생님, 쌤이란 표현을 듣는 게 낯간지러웠지만,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보니 어느새 적응되었고, 나도 편하게 다른 분들을 누구누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이제는 익숙하다. 이렇듯 평소에 잘 쓰지 않은 표현들이 어느새 익숙하게 사용되거나, 새로운 관점과 개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반면에 아직도 속 시원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말이 있으니, 바로 나 스스로 '사회복지사'라고 협회 안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은 내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으로부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할 때가 있다.
1. 경영학과를 졸업한 온라인 마케터는 사회복지사로서 어떤 자격을 갖췄을까?
처음 상경계열로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마케팅 공부를 했다. 400만 원이 넘는 마케팅 수업을 듣기도 하였고, 일본 오사카에 IT 대표님을 만나러 가서 4개월 동안 살아 보기도 하고, 각종 세미나, 강연, 스터디를 쫓아다니면서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삶 속에서도 뿌리 깊게 박아 두었다.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고객에게 최적화된 모습으로 친근하게 접근하는 것이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마케팅은 어떤 것이다. 여러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있지만, 역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정성껏 가져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 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가져다주어도 큰 감동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신물 나 있고 매너리즘에 빠진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란 타깃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흔히들 사용하는 우리의 타깃에 대한 페르소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나서 내 상품과 서비스를 이야기해봐야 하는 고객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여자일까? 어른일까? 여행을 좋아할까? 성적 취향을 뭘까?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민해보는 것이 페르소나에 대한 접근법 중에 하나다.
밥 먹고 매일 고객에 대해 생각하고, 책을 보고, 카피 라이팅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 결과 변태가 될 뻔했지만, 아니 그만큼 더욱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할 수 있는 시야와 파고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피사체 일 수도 있다.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관점을 디자인하다 라는 책을 읽으면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얼마든지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온라인 마케팅을 했던 나로서 온라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사실 현재 많은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회복지 시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페, 밴드, 오픈 채팅방, 커뮤니티, 틱톡 등 매일 우리가 마주하는 SNS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업과 아이템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현재 각종 공공기관 및 지자체의 프로그램 공모전을 보면 알 수 있다.
2.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
내가 속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 소속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학과만 놓고 보면 정말 다양한 학과를 졸업한 분들이 많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학과를 꼭 나와야 하는 것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도 현장에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법이 기존의 내가 갖고 있는 경영적인 마인드와 마케팅적 사고로 풀어가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사적 모임이 어려웠지만,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는 각 부서에 있는 분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일이 내 일상 중에 하나였다. 다양한 사회복지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각 부서의 전문 분야를 들어 보기 위해서였다.
기획행정부는 인사·회계·총무·후원금 등 협회의 안살림을 챙기는 곳이다. 조직지원부는 우리 협회의 17개 시도협회와 230여 개의 조직과 회원을 관리하는 곳이다. 시설지원부는 우리 협회 산하의 60여 개의 시설을 관리한다. 편의증진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한 장애인의 이동편의 업무를 하는 곳이다. 정책지원부는 직업재활,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과 민원 종합상담실을 운영한다. 대외협력부는 협회의 새보람 신문 발행과 인터넷 신문사 소셜포커스를 운영한다.
이렇듯 우리 협회는 각 부서마다 전문성을 토대로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학과를 나오거나 사회복지사로서 자격을 갖춰야지만 할 수 있는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에 대한 태도와 자세가 사회복지 마인드를 가지고 있거나, 장애인 단체로서 장애인식에 대한 관점으로 일을 해야 되는 건 맞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를 공부를 시작했다.
2020년도 9월,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행정대학원은 평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에 수업을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첫 학기부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였고, 현재 4학기인 지금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이버 대학을 다니는 게 나을 뻔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난 전혀 아니었다.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는 기존 학부 교수님들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시고, 수업의 퀄리티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사회복지 공부를 하기 위한 내 지적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나 함께 공부하는 동기, 선후배들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현직에서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또한 만들어 낸 것 또한 나에겐 정말 좋은 기회였다.
사실 우리 협회에서 다양한 교육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하지만 그 교육과 간담회의 대상은 내부 직원들이 아닌 산하 조직의 단체장이나 시설장들이다. 대한민국의 내놓으라는 사회복지의 석학들을 모셔와서 교육을 진행하지만, 그 시간에 직원들은 저녁 6시까지 끝내야 하는 자신들의 일들을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쉽사리 그런 수업이나 간담회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
나 역시도 이런 상황에서 퇴근을 하고 수업을 듣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자기 개발과 함께 내가 앞으로 사회복지사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과감히 투자해야겠단 생각으로 석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사회복지 석사 졸업과 함께 사회복지사 자격증 2급도 나오게 된다.
매 학기 투자하는 수백만 원의 학비 때문에 등골이 휠 거 같지만, 내가 공부하고 투자하는 만큼 내가 꿈꿀 수 있는 비전과 미션의 크기 또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사회복지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자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4. 하이브리드형 사회복지사가 되어 보자.
ESG경영이 최근 경영학 서적 중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다.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CSV(Creating Shared Value) 경영 또한 기업의 중요한 경영 활동 영역 중 하나다.
앞서 말한 이 2가지 개념은 투자 대비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이 더 이상의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업은 현재 보다 나은 세상을 함께 더불어 친황경적으로, 사회적인 가치를 두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면서 나아가야, 많은 고객과 투자자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계속해서 사회적 가치와 환원에 대해서 고민한다. 이것이 사회복지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사회복지는 한정되어 있는 자원을 토대로 그동안에 해왔던 일들을 하면서 앞으로도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기업의 경우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소위 대박이 나면 얼마든지 기존의 일들을 하면서도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보조금을 통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이익의 극대화는 결국 재분배로 이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오죽하면 국가가 그동안의 사회 소외된 계층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사회서비스원을 만들어 냈지만, 기존의 민간에서 하고 있는 일들 이상으로 대체하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적인, 마케팅적인 사고와 사회복지의 마인드를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형 사회복지사가 돼야겠단 생각을 했다.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사회와 생산인구의 감소 등을 토대로 복지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굉장히 많이 바뀔 것이다. 이럴 때 기존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사회복지 영역을 바라보게 된다면, 남들은 다 비데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고 높이 오를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휩쓸려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니면서 세월을 보낼 것인가는 사회복지사 개개인의 고민과 행동에서 나타날 것이다.
0. 나오기
2022년 남은 1년을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 나도 어엿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나온다. 이 자격증에 걸맞은 자격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 난 생각한다. 이렇게 장애인 단체에서 매일 같이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는 독서 스터디를 하고, 틈틈이 시간이 남을 때는 브런치에 사회복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스스로 나에게 걸맞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전문성을 길러내고 있다.
누군가는 아직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기에, 사회복지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의 자격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의 전문성은 누구보다 뛰어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국 복지 혜택의 공급자로서 수혜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이용자들 덕분에 받는 수혜를 일 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사회복지사가 받기 때문이다. 난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일터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사회복지사로서 성장하고 나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