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며​

수필

by 바실란도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을 때 내 안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시작도 끝도 아니야.
그저 경계선을 통과한 거야.
하루키의 수필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브롤터 해협`에 대한 구절이 나왔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고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가르는 그 해협을 콜럼버스가 지나며 망망대해의 미지의 세상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 그 후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됐다는 그 구절.
나는 내 안에 있었던 그 언어 없는 풍경에 그 단어가 모든 걸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그 해협을 통과한 것이 아니듯, 어쩌면 지나온 바다보다 더한 예측불허의 미래가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아간 것이다.
나의 지브롤터 해협은 부동산학 박사학위였다.
그건 실질적으로 나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과정, 그 폭풍우 치는 항해를 지나고서야 나는 거대한 대서양의 바다를 항해할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만난 아메리카 대륙은 부동산으로 성공하기가 아닌, 소박한 글쓰기였다.
그 미지의 땅에 나는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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