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6화 카이란과 엘리온

별을 잇는 다리

by 구름과벗

6화 카이란과 엘리온


최공이 죽은 지 200년이 지났다.


“카이란… 목걸이를 빼면 안 돼!”


자삿 왕은 1살 된 아들이 목걸이가 귀찮은지 두 손으로 목걸이를 벗자 다시 목에 걸어주며 말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왕비는 또 다른 아기를 안은 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자삿은 카이란의 눈을 짓궂게 노려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목걸이는 말이야… 우리 왕국에 딱 두 개 뿐이라고. 네 거하고 동생 거… 알았지?”


카이란은 아빠의 눈이 무서웠는지 겁을 먹은 채 울음을 터트렸다. 왕비는 웃으며 동생 엘리온을 왕에게 맡기고는 카이란을 품에 앉았다. 카이란은 금새 울음을 그치고는 엄마의 얼굴을 손으로 이리저리 만졌다.


엘리온은 울기는커녕 해맑은 얼굴로 방긋 웃고 있었다. 늘 우는 것은 형 카이란의 몫이었다. 동생 앨리온은 이상하게도 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푸른 눈동자의 두 아이는 쌍둥이였다. 그들은 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큰 목걸이를 하고 있다. 그것은 왕자들만이 찰 수 있는 왕가의 보물이었다.


왕궁에서 왕 자삿은 왕비 실리와 함께 1살 된 두 아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삿왕이 왕비에게 말했다.


“아참… 베롯성으로 한 달간 시찰을 나가려고 하는데,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가지 않겠어요?”


왕비는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경치가 수려한 베롯성으로 가족 여행이라… 벌써부터 설레는데요?”


왕은 왕비가 흔쾌히 승낙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키찰을 타고 갑시다. 아이들이 하늘을 날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군요. 하하하.”


“무서워서 잔뜩 겁먹을걸요? 호호호.”


자삿왕은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며 목이 넘어가게 웃어댔다.


“으하하하. 맞아요. 우리 아이들 무서움을 왜케 잘 타는지 원… 하하하.”


남아루 왕 자삿은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왕보다 4살 많은 왕비 실리는 쌍둥이 아들, 카이란과 엘리온을 낳았다.


대대로 남아루 왕은 1년에 한 번씩 베롯성으로 시찰을 나간다. 베롯성은 국경 근처의 수려한 성으로, 1만의 병력이 상주하고 있었다. 적의 침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하지만 이 곳, 베롯성은 국경과 너무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한편, 북아루 왕 ‘알산’은 왕궁의 정원을 딸과 함께 거닐고 있었다.


“알마아, 바르샤는 매우 사나워서 길들이기 어려워. 오직 용맹스러운 용막의 전사들만이 그것을 길들일 수 있어.”


알마아는 올해 20살이 됐다. 북아루 왕족이나 귀족들의 자녀들은 20살이 되면 바르샤를 탈 수 있는 전사가 된다.


“그리고 바르샤는 천년을 살아. 백년에 한 번씩 알을 낳는데 그 알은 오직 태구산 정상에 있는 부화실에서 1년을 견뎌야만 부화가 돼. 알에서 나오면 거침없이 동물들을 잡아먹지. 그래서 10년도 안 되어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커져.”


“아빠. 그럼 내가 탈 바르샤는 몇 살이야?”


“하하. 30살이란다. 그놈은 잘 길들여져서 네가 탈 수 있어. 명심해야 해, 알마아. 바르샤를 타면 절대 눈을 감지 마. 신기하게도 등에 탄 주인이 눈을 감으면 그놈도 앞을 못 봐. 땅으로 곤두박질치지.”


“네, 명심할게요.”


알마아는 노란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절대 눈을 감지 않겠다는 무언의 시위였다. 왕은 딸의 결의에 찬 얼굴을 보고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내일 근위대장이 같이 타 줄 거니까.”


북아루 국가에는 알니탁, 민타카, 용막의 세 부족이 연맹을 이루어 다스렸다. 세 부족은 30년 주기로 왕을 냈다. 알산은 알니탁 부족에서 선출되어 왕이 된 지 4년째였다. 내일은 막내딸 알마아가 처음으로 바르샤를 타는 날이다.


바르샤는 네 개의 날개로 하늘을 나는 용처럼 생긴 짐승이다. 남아루에 키찰이 있다면 북에는 바르샤가 있었다. 키찰과 바르샤는 서로 만나면 죽기까지 싸운다. 아무도 그것들이 왜 그리 싸우는지 이유를 모른다.

“불멸하실 라이시여! 급보입니다.”


갑자기 민타카 족장 민락이 정원을 가로지르며 급하게 다가왔다.


“허어… 숨을 좀 가라앉히시지요, 민락 참정. 뭐가 그리 급하다고….”


‘참정’은 내각의 수장을 일컬었다. 민락은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면서 말을 이어갔다.


“자삿왕이 어제 베롯성으로 갔다고 합니다!!”



북아루 수도인 두란 한가운데 서 있는 왕궁은 그 아름답기가 대륙에서 으뜸이었다. 둥근 지붕들이 번쩍이는 금빛으로 장식되어, 시리우스의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 넓은 정원과 화려한 장식들이 조화를 이루어, 방문자들을 경이로움으로 채웠다.


왕이 정무를 보는 수정전에 모든 대신들이 모였다.

수정전에 정적이 드리웠다. 왕은 깊은 숨을 내쉰 뒤, 왕좌에서 일어났다. 그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의자 주위를 돌았다. 침묵을 깨고 대장군 용파르가 말을 꺼냈다.


“불멸하실 라이시여! 기회는 이때입니다. 베롯성을 쳐야합니다. 우리는 이미 만만의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3만의 정예군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결심한 듯 대장군에게 고개를 돌렸다.


“베롯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다. 대장군!!”


“불멸하실 라이시여! 하명하소서.”


“용막의 말흔을 불러라! 그에게 3만의 병력을 주어 베롯성을 치게 하겠다. 이번에야말로 베롯성을 수중에 넣고 유르왕성까지 내달릴 것이다!”


왕이 용막의 말흔에게 베롯성을 맡기려는 계획을 밝히자, 대장군은 크게 실망했다. 그는 자신에게 임무가 맡겨질 줄 알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말흔이라니….

신하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불멸하실 라이시여! 말흔은 안됩니다. 비록 그가 북아루 최고의 용사라고는 하나, 그의 욕망과 잔인함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신하 중 한 명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맞습니다. 그는 권력에 대한 야심이 있는 자입니다. 가까이하시면 안 됩니다.”


또 다른 신하가 동의했다.


알산왕은 괴로운 표정으로 신하들의 말을 들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 이 선택을 믿어도 될까? 말흔의 야망이 우리 왕국을 무너뜨리지는 않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용맹스런 전사가 베롯성을 무너뜨리고 왕국에 새 희망을 가져다주리라고 믿어야만 한다.’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신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그를 믿는다. 말흔이 베롯성을 치고 적들을 사면초가로 몰 것이다. 나는 그의 용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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