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잇는 다리
제7화 말흔
용막 부족은 북아루 최북단의 추운 지역에 있다. 세 부족 중 가장 땅이 넓고 인구가 많았다. 부족장은 ‘용판사’였는데 첫째 아들이 말흔이다.
파란 눈과 구릿빛 피부를 지닌 말흔은 호남형의 얼굴에 큰 키, 건장한 체격으로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전사였다. 그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언변과 빠른 판단력, 뛰어난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다. 나이는 30살이었다.
그는 북아루 최고의 전사로서, 입에서 불을 뿜는 500살 넘은 으뜸 바르샤 ‘바쿠’를 탔다. 또 말흔이 거느리고 있는 2천 명의 용막 전사들로 구성된 호국대는 북아루 최정예 부대였다.
북아루 북쪽의 태구산 밑, 안개가 자욱히 깔려있는 길 위로 한 무리의 도적떼가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물건을 가지고 막토르를 탄 채 달아나고 있었다.
말흔이 바르샤를 타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그들 앞을 가로막자, 도적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말흔이다! 빨리 도망가!!”
도적의 우두머리는 말흔을 알아보고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
훤칠한 키에 근육질의 몸매를 지닌 말흔의 모습은 매우 위압적이었다. 그의 바르샤, 바쿠는 네 개의 날개를 활짝 펴며 기괴하고 큰 울음소리를 냈다.
“바쿠! 불을 쏘아라!”
그의 명령에 그것은 입에서 거대한 불을 뿜어냈다. 도적떼는 순식간에 모두 불에 타 재가 되었다. 그들이 탔던 막토르도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통구이가 되어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이 크게 두려움에 떨었다. 말흔이 강하고 위압적인 소리로 말했다.
“내 앞을 막지 마라. 나는 느랏의 뒤를 이어 아루를 하나로 묶을 것이다!”
그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의 파란 눈빛이 모든 이를 꿰뚫어 보듯이 바라보자, 누구도 그의 눈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말흔이 바르샤에서 내리자, 전령이 급히 다가왔다.
“대장군! 두란에서 왕의 전갈입니다.”
“그래? 무슨 일이지?”
말흔은 자신의 바르샤, 바쿠의 목을 툭툭 치며 쓰다듬었다. 그것은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 즉시 베롯성을 치라는 명이십니다. 3만의 병력을 주시겠답니다.”
“흠….”
말흔은 골똘히 생각했다. 베롯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였기에 거칠 것 없는 그도 주저하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참모, 랑크에게 물었다.
“랑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랑크는 말흔의 그림자였다. 늘 그의 곁에서 일을 도왔다. 말흔이 신임하는 참모로서 최측근이었다.
“베롯성은 공략이 안 되는 천혜의 요새이자 강력한 방어막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늘길은 막혔고요….”
베롯성에는 바르샤를 죽이는 쇠뇌라는 큰 화살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늘길이 막혔다는 것은 공략하기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지…. 그럼 우리의 작전은?”
“유일한 방법은 땅에서 성 둘레의 강을 건너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 강을 건너는 것도 쉽게 될 일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베롯성을 함락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왕의 명령이니 일단 참전하시고, 베롯성을 공격하는 척하며 상황을 관망하시는 게 어떨까요?”
말흔은 고개를 끄덕였다. 랑크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음…. 왕의 명령을 거역하지도 않으면서 3만의 병력을 거느리게 된다…. 나쁘지 않군.’
그는 왕이 되려는 야망이 있는 인물이었다.
“랑크. 왕이 나를 필요로 하는 걸 보면, 우리의 때가 다가오는 건 아닐까?”
랑크는 고개를 숙인 뒤, 오른손을 접고 주먹을 가슴에 대며 말했다.
“대장군! 어쩌면 유르 왕성이 대장군의 것이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베롯성이 무너지면 성 가까이 있는 유르는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무혈입성을 하시게 됩니다.”
말흔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번졌다. 그는 전령에게 말했다.
“명을 받든다 하라!”
베롯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북아루에서 남아루의 왕성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다. 베롯성은 좌우로 병풍처럼 둘러싼 험준한 산맥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이 성은 철로 된 정문이 유일한 입구였다.
성 앞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어 강물을 건너야만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강에는 다리가 없으며 폭이 넓고 물살이 굉장히 빨라 건너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성벽과 성채에는 20개의 타워가 위용을 자랑했다.
이 성에는 바르샤를 단번에 죽일 수 있는 대형 쇠뇌와 큰 화살이 무수히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성의 가장 높은 곳에는 오직 왕족과 귀족들만이 머물렀다.
“말흔이 성 앞에 진을 친 지 10일이 지났는데,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베롯성의 가장 높은 꼭대기, 왕족만이 묵는 성채에서 자삿 왕은 왕비 실리와 두 아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성주인 ‘요탄’에게 근심어린 모습으로 물었다.
“영원하신 라이시여. 3만의 병력으로 시위하듯 진을 친 그들은 별로 신경쓰실 것이 없습니다. 이 곳은 천혜의 요새로 적들도 공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황금빛 갑옷에 푸른 망토를 두른 요탄은 늠름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백전의 용사로서 베롯성을 10년 넘게 지키고 있었다.
“요탄 장군. 그대만 믿소.”
왕의 말에 요탄은 황송하다는 듯이 한 손을 가슴에 대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영원하신 라이시여. 충심으로 이 곳을 지킬 것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실리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바르샤는 동서의 험준한 산맥을 넘어 갈 수 있어요. 산맥을 넘어오는 것을 경계해야 해요.”
실리는 꼼꼼하고 치밀했다. 일말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위기의 때였던 것이다.
“라디님. 그것까지 생각하고 계시군요. 대비를 해 놓겠습니다.”
‘라디’란 왕비를 칭하는 말이다. 그때 문이 활짝 열리며 병사가 급히 들어왔다.
“장군! 폐쇄된 동쪽 게이트로 20여 명이 침투했습니다!”
병사의 말에 방에 있던 모두는 크게 놀랐다.
“뭣이? 빨리 정문을 지켜라! 철문이 열리면 안 된다. 가자!”
요탄은 급하게 방을 빠져나갔다.
동쪽 게이트는 험준산맥으로 통하는 길로 베롯성이 지어진 후로 그 누구도 침입하지 못한 폐쇄된 성문이다. 말흔의 20명의 특공대가 거기를 뚫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