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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종태 Sep 09. 2016

가화假花

통증을 잊은 계절이 피고 진다.

가슴으로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잎 한 장

희다가 노랗다가 푸르다가 누르다가

희게 돌아가는, 생이 다 그렇지 뭐, 花르르

네 얼굴 허연 분노가 속절없이 내리던 날

내려서 허옇게 쌓여 모든 내 모습 덮어버리던 그 날

분노의 밑바닥에서 봄이 솟는 줄 몰랐을 거다, 

하얀 통증이 다 그렇지 뭐, 花르르

계절 속의 통증이 피다가 말다가 할 즈음

네가 내 안에서 피다가 말다가 할 즈음

네가 내 안에서 지다가 말다가 할 즈음

꽃이면서 꽃이 아닌 것이 수북이 내리 쌓이던 날

내게서 피어나더라니

내게서 지더라니

생(生)이 다 그렇지 뭐, 花르르

계절에 앞서 피다가 말다가 하던 네 꽃잎

내 안에 발목 빠지게 쌓이던 네 분노

그 꽃이 거짓이란 걸 알면서도

꽂이라 여기게 되는 시선의 무딤에

눈으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만지지 못하는 네 분노 

내 안에서 花르르 피어나는

거짓,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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