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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종태 Sep 09. 2016

시집으로 모기를 잡다

                                                                     

시집으로 모기를 잡다


                변종태


뒤척이는 내 몸에 붙어 생피를 빨아대는 시詩란 놈, 아무리 두드려도 죽지를 않는다. 앵앵거리며 불면을 함께하는 이 놈이 언제부터 이리 내 정신의 피를 빨아먹는 것인지. 뱃속에 선홍색 피가 통통하다. 이놈을 무엇으로 죽여줘야 좋을 것인지. 키보드 위에 앉았다가 귓바퀴에서 앵앵거리다가 모니터 언저리에도 앉았다가, 손가락과 제일 멀리 있는 손등에도 앉았다가, 책꽂이 모서리에 앉아있는 저 시란 놈, 시집을 한권 빼어들고 살금살금 다가간다. 냅다 싸대기 때리듯 시집으로 놈을 후려갈겼다. 사방으로 터진 시詩의 흔적들, 책꽂이에 선연하다. 시집은 저렇게 책꽂이에 꽃피는 것인지. 퉁퉁 뿔은 시詩란 놈은 없고, 책꽂이에 빨간 꽃으로 피어난, 저 내 정신의 핏물.

 <시와 시와 201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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