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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종태 Sep 09. 2016

분재에서 배운다

분재를 알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분재는 큰 나무를 자르고 키를 줄여 화분에 심는다고 분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분재의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이 손을 댄 흔적, 즉 상처가 없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분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묘목부터 길러야 한다. 

분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력한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밝혀 두고자한다. 분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왜색문화(倭色文化)라는 점, 다른 하나는 살아 있는 생명을 못살게 군다는 지적이다. 전자는 동양문화의 흐름을 모르는 사람들의 그릇된 생각이다. 분재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 전해진, 엄연한 우리의 문화이다. 후자는 예술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이다. 모든 예술은 자연에 인공이 가미된 결과인데, 분재는 그 소재가 살아 있는 나무라는 점이 다른 예술과의 차이가 날 뿐이다.

취미로 20여 년간 분재를 해온 필자는 분재 관리 기법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우리 사회를 분재에 비유한다면, 너무 오랫동안 분갈이를 않은 위험한 상태라 생각한다. 그냥저냥 잎이 돋고 꽃이 핀다고 아직은 살아 있다고 여길 뿐이다. 그런 상태에서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있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나무이기에 목숨이 붙어 있으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하지만 나무의 상태는 겨우 연명하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이럴 때는 과감한 분갈이가 필요하다. 

분갈이를 할 때에는 화분에서 완전히 뿌리를 들어내어 뿌리의 3분의 1 정도만 남기고 자른다. 그리고 가지도 같은 비율로 정리를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화분에 들어갔을 때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흡수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나무보다 분재로 가꾼 나무가 더 강한 생명력으로 오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끊임없이 물을 주고, 가지를 쳐 주고, 분갈이를 반복해 주기 때문이다. 무성한 가지를 자르기를 아까워한다면, 뿌리와의 균형이 맞지않아 말려죽이고 만다.

건강한 상태의 분재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아끼지 말고, 거름주기, 물주기를 게을리 하지 말며, 분갈이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하며, 분갈이 할 적에 뿌리나 가지치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각종 조직들을 보면, 뿌리로 가득한 분재와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모든 조직의 숨쉴 틈 없이 꽉 채워진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조직이 오랠수록 뿌리의 밀도는 더욱 조밀해져서, 그 조직의 생명력이 다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라가 그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그러하고, 각종 민간단체들이 그러하다. 묵은 뿌리와 가지를 쳐내고 새로운 뿌리와 가지가 자라게 하여 싱싱한 잎과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은 오로지 관리자들의 몫이다. 관리자의 안목과 노력이 분재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처럼, 각종 조직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것은 리더들의 몫이라 해야 할 것이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가지를 다듬고, 뿌리도 정리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조직의 새로운 생명력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조직에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느냐가 결정할 것이다. 리더들에게 직접 분재를 배워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한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어떻게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생명력 있는 조직을 꾸려갈 것인지를 실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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