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종태 Sep 09. 2016

굿바이 미스터 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이,

헤이, 미스터 스!

그 말은 후손들에 대한 강력한 지배 의지를 표현한 것이란 사실을 아시는지.

또한 그것은 지구는 종말을 맞아도

인류의 미래는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말임을,

그도 아니라면 그 말은 술에 만취한 자의 허언(虛言)일 뿐임을 아시는지.

내일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야 하는 후손들의 몫이기 때문이지.

그가 심어놓은 사과나무를 베어내든, 뽑아내든

그것은 단지 후손들 선택의 문제일 뿐,

후손들에게 유언을 남기지 말자.

이승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유서의 내용은 길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가 다하고 가면 될 것을,

자신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후손에게 유언을 하는 사람은 무책임하다.

나눠줄 것도 자기의 손으로 나눠주고,

가르칠 것이 있으면 살아 있을 때 가르치고

요구하고 바랄 것도 살아 있을 때 하면 될 일.

자신이 죽은 뒤에 어쩌고 어쩌고 하라는 것은

후손들을 자신의 굴레에 두고자하는 욕심일 뿐.

미스터 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흥? 웃기셔. 지구의 종말은 어차피 오지 않는 걸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설령 지구가 종말을 맞아도 인간들은

결코 멸종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수억 년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들은 바퀴벌레보다 강한

생존능력과 번식능력으로 지상의 지배자가 된 게 아닌가.

지구는 인간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한다.

인간이 없으면 지구는 돌지도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수도 없이 종말을 염려하는 인간들이 있었지.

하늘이 무너지면, 땅이 꺼지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한 놈도,

행성이 지구에 부딪혀 대폭발의 재앙을 걱정하던 인간도,

최후의 심판은 불로 한다, 물로 한다 걱정하던 인간들도

그 동안 수없이 많고 많았지만

아직 지구에 그런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어.

인간에게 그런 징후는 발견된 바 없었어.

오히려 스스로의 자생력을 강화시켜

결코 멸종되지 않을 불멸의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지.

설령 지구가 종말을 맞아 생명체가 살지 못한다 할지라도

또 다른 행성을 찾아 제2, 제3의 지구를 만들 것이란 말이지.

그러니, 미스터 스!

부디 영면(永眠)하시게.

지상의 일은 그냥 후손들에게 맡겨두시게.

굿바이 미스터 스.

-<시인광장>(2015년 4월)

작가의 이전글 분재에서 배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