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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종태 Sep 09. 2016

그늘

낙엽을 끝낸 벚나무, 

벌레 먹은 낙엽 그늘이 마당에 드리운 가을밤,

소피가 급해 화장실을 가려는데

신고 나설 신발이 없다.

문득 큰놈의 신발을 신었는데,

어느 새 그놈 신발이 내 발에 맞는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구나.

네가 어느 새 세상을 밟고 살아야 할 만큼

발을 키웠구나.

그 발로 밟아야 할 이 세상에는

아직 그늘이 너무 많은데,

내가 그 그늘을 다 지우지 못했구나.

소피 마려운 것도 모르고 

마당 복판에 서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벚나무 잎사귀 한 장 무심히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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