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하는 말) 야, 너두 할 수 있어
때는 바야흐로 10년 전, 나름 쉽다는 도로주행 코스를 1차 만에 무사통과하며 멋지게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난 장롱면허를 탈출하기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바로 오늘이 ‘장롱면허 탈출 프로젝트’의 대망의 1일 차이다.
시작이 반이다
다시 운전대를 잡으러 가는 길 심장이 콩닥콩닥했다. 내가 봐도 오늘 아침까지 찾아봤던 유튜브 도로주행 영상은 잘 기억에도 남지 않을 만큼 긴장한 기색이 여력 했다. 그 순간 평소 신경도 안 쓰던 차 안의 운전자들이 어쩜 그렇게 대단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조수석에 앉은 강사님은 한껏 얼어붙은 수강생의 모습을 바로 알아채신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우선 바로 도로로 나가지 않고 학원에서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나갈 거예요. 옆에 강사가 앉은 이유는 돌발 상황, 위험을 잡아주기 위함이니 걱정 마시고 최대한 긴장을 덜어내세요.”
그렇게 난 다시 신호를 켜는 것부터, 브레이크, 엑셀을 밟는 기초적인 순서를 거쳐 학원과 휴무로 비어있는 옆 건물을 왔다 갔다 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제 정말 실전이다
약 한 시간 가량 긴장감을 학원에서 해소시킨 후 도로주행 실전에 나섰다. 강사님 조언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최대한 긴장감을 덜어내고 시작하니 서서히 자신감이 붙었다. 정확한 타이밍을 몰라서 어려워했던 차선 끼어들기부터 우회전, 그리고 유턴, 속도 조절까지 꽤 많은 거리를 달리면서 서서히 잃어버린 감이 돌아온듯했다.
“보통 면허를 취득하고 오랜 기간 차를 끌지 않는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이 많아요.
막상 벌어지지 않을 일을 걱정하며 사소한 일에도 크게 놀라며 덜컥 겁을 먹죠. 하지만 운전하면서
침착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해요. 그렇게 해야 결론적으로는 무사고로 이어지거든요.”
돌이켜보면 10년 전 면허를 취득했을 때는 운전이 처음이라 두려움이 컸다. 지금보다 어린 나이에 운전을 하면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건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짊어지기가 무서웠다.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더 이상 보행자의 위치가 아니라 그 사람을 지켜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지금, 시작이 반이라고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최근 재밌게 보고 있는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에서 진선규 배우님이 유럽에서 운전하여 톨게이트를 지나가던 모습이 생각났다. 처음 넘는 유럽 톨게이트에서 어디로 화폐를 넣어야 할지도 모르는 막막함, 두려움에 겁을 냈다. 하지만 이내 첫 번째 톨게이트를 무사히 통과하고 다음에 만난 두 번째에서는 편안하게 넘어갔던 모습이 오늘의 나와 비슷해서 공감되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할머니
겁을 내던 나에게 다시 운전을 잡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도로 위의 어르신이었다. 한 번은 횡단보도를 지나려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어느 멋쟁이 어르신이 차를 끌고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그 순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저렇게 나이 드신 어르신도 운전을 잘하는데 내가 왜 겁을 내지?”
내가 걱정했던 사고는 오늘 뵙게 된 강사님의 오랜 경력을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운전자의 자만’ 혹은 ‘부주의’로 인한 결과가 크다고 했다. 그러니까 처음 배울 때 습득하는 기본적인 것을 지키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낮으나 추후에 운전을 잘한다고 자만하여 기본을 지키지 않거나, 부주의한 행동을 한 경우에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기본 수칙을 지키며 도로 위를 달려보자!
언젠가 목적지에 대중교통이 아닌 내비게이션 이정표 따라 도착하는 운전자가 되는 그날까지.
(저의 ‘장롱면허 탈출기’는 계속됩니다…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