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키 IKE Sep 10. 2022

아빠에게 운전을 배웠다

가족에게 운전 배우면 될까? 안 될까?

필자는 최근 10년 만에 장롱에서 자고 있던 운전 감각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 중에 운전 경력 27년 무사고 경력을 가진 아버지가 있으시다. 하지만 '가족에게 운전을 배우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운전 학원에 10시간 도로 주행 연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강사님께 배웠다. 조금 더 오른쪽 귀가 편안하게(잔소리 없이^^) 운전을 배우고 싶어서. 도로주행 차량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속절없이 빨리 지나가고 이제는 개인 차량으로 운전이 필요한 때, 혼자 주차장에서 30분을 소비한 경험을 토대로 겸손함을 배웠고 이내 아버지에게 SOS를 청했다. 역시 아직은 초보 드라이버다.




누가 주차장에서 30분을 소비하나요?


분명 도로주행 때 강사님께서 '주차 공식'을 알려주셨건만 왜 세상은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는지. 실전에는 학원 차량으로 연습할 때는 없던 기둥이 있기도 하고 옆에서 경음기 울려대는 바쁜 차량이 몰려오기도 한다. 처음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던 날, 나는 배운 공식대로 시도했을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멘붕(멘털붕괴)'이 왔다. 아무리 바퀴를 돌려봐도 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같은 자리에서 헤매기를 거의 30여 분... 멀리서 지켜보던 어느 동네 주민분이 감사하게도 도움을 주러 오셨다. 부모님과 비슷한 년 배이셨고 운전 30년 무사고 경력을 보유하신 능력자였다. 필요할 경우 대신 주차를 해주실 의향까지 있으셨지만 나름의 오기로 혼자 해내기로 하고 몇 가지 조언을 해주신 뒤 자리를 떠나셨다. 난 결국 R과 D 드라이브 몇 번을 오간 뒤에야 차 밖을 나올 수 있었다. 등에 송골송골 맺은 식은땀이 오늘 초보 드라이버의 상태를 보여주는 듯했다. 아직 난 연습이 많이 많이 필요했다.



부모님께 SOS 요청하다


사진 출처 : MBC, <놀면 뭐하니?>


도로주행 10시간을 마친 뒤 강사님이 건넸던 한 마디에 조금은 자신감을 가졌었다.


"이 정도면 당장 도로 주행해도 될 만큼이에요. 차분히 동네를 다녀보고 점점 주행 반경을 넓혀보세요."


하지만 이내 주차장에서 멘붕을 겪은 뒤 다시 겸손의 자세로 돌아갔고, 믿을 구석은 부모님이었다. 다행히 명절이라 시간이 있으니 맛있는 저녁을 사드리기로 약속한 뒤 함께 도로 주행을 나섰다. (잔소리를 덜 듣기 위한 나름의 묘략이었다 : )) 하지만 무사고 30년에 가까운 고수 운전자에게는 초보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터. 나의 묘략은 소용이 없었고 마치 첫 보고서를 엉망으로 제출하여 부장님께 까이는 만큼의 잔소리를 들었다. (하하) 물론 여기서 초보 운전자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래서 가족에게 운전을 배우면 안 되는 것이구나를 새삼 실감했다. 그럼에도 운전대를 잡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므로 매우 값지고 소중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요즘 1일 1 운전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운전 고수인 아버지께는 스파르타로 주차법을 배웠는데, 스스로 봐도 왜 이렇게 공간 감각이 없나 싶을 정도로 답답함이 느껴졌다.


"자, 여기서는 핸들을 오른쪽 사이드 미러의 가장자리에 주차 끝 라인이 보일 때까지 틀어서 천천히 풀면서 들어가야지"


  문장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손에서 이해하지 못하는지. 덕분에  문장을 몸이 이해할 때까지 비어있는 주차장에서 수십  연습했다. 마지막 주차를 끝내고 P(파킹) 놓은  털털 털린 영혼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데 그래도 3개월 이상 주행을 계속하면 나아질 거라는 응원을 으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역시 가족이 최고다.


새삼 도로 위의 '초보운전' 딱지가 없는 차들과 주차장에서 한 번에 완벽한 주차를 해내는 차들이 대단해 보인다. 그분들도 처음엔 헤매던 초보자였겠지? 오늘도 용기를 가지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영혼이 털리며 집으로 귀가하는 초보 운전자였지만 분명 언젠가는 초보 딱지를 떼어내는 드라이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안전운전! 하기를 희망하며, 이 세상의 모든 초보 운전자님들에게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도로 위에서 '초보 운전' 딱지가 붙은 차량을 발견하시면 넓은 마음으로 비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