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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대로 10화

손흥민의 나라에서 오셨군요?

by 망초

남의 나라에서 이렇듯 열렬한 환영을 받을 줄 어찌 알았으랴?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Bukhara)’라는 도시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물가가 우리나라의 거의 1/10 수준이고, 특히 택시비가 저렴하여, 자유여행을 할 때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택시를 타도 우리나라 대중교통 요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와 둘이서 택시로 이동하면서 여행할 계획을 세웠으나, 6월의 부하라 기온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고 있어서, 그리고 시간을 아낀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수소문하여 차를 한 대 대절하여 하루하루 여행을 했다.

부하라에서의 2일 차 여행 첫 방문지는 여름궁전(Sitoral Mohi Xosa)이었다. 이곳은 ‘유목민 지배자들이 계절에 따라 거처를 옮기면서 더운 여름 가장 시원한 지역에 거처하기 위해 지어진 궁전으로 부하라 칸국의 유산으로 유럽의 양식이 혼합되어 있으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입장권을 사서 여름궁전으로 들어가니,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야외학습을 나왔다 보다 생각하는 사이, 한두 명의 학생들이 다가오면서 “어디서 왔느냐?” “KOREA!”라고 대답하는 순간, 갑자기 엄지척을 하면서 “손”을 외치고 마치 진짜 손흥민을 만난 것처럼 환호작약하면서 필자 주위로 몰려들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밖에는 우리가 하루 고용한 기사가 기다리고 있어서 시간을 많이 지체할 수 없음에도, 손흥민의 나라에서 온 우리는 그곳에서 상당 시간 손흥민 팬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첫 번째 도시는 ‘히바(Khiva)’라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도 이미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환대받고 사진 속의 모델이 된 바 여러 차례였으나, 이 학생들에게서처럼 열광적인 환영은 아니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고, Korean Dream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고, 실제로 한국에 가서 다양한 일자리 경험을 가진 사람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에 “손흥민” 이슈가 보태어져서 친구와 나는 진짜 손흥민이 해외의 팬들에게서 받을 강도 높은 환영을 경험하는 호사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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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 다음으로 여행한 도시는 실크로드의 심장이라 불리는 ‘사마르칸트(Samarkand)’였는데, 이곳에서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최고로 느끼는 경험을 하였다. 우즈베키스탄 여행 8일 차, 여성 두 명이 다니면서 험한 꼴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몇 차례 듣긴 했으나, 우리가 직접 경험한 우즈베키스탄은 그 반대였기에, 오늘은 과감히 밤마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사마르칸트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라는 ‘레기스탄(Registan)’ 앞의 광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밤문화를 만나 보기로 하고, 일단 인근 식당에서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슬람 국가여서 관광지의 몇 군데 식당에서만 주류를 판매하고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주류 판매가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많이 먹는 양고기 꼬치구이도 콜라와 함께 먹는다.) 서빙하는 종업원이 얼마나 순박하던지 결혼 안 한 아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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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정도 걸어서 드디어 레기스탄 광장에 도착, 남녀노소 삼삼오오 자연스럽게 광장 계단에서 레기스탄의 야경을 감상하면서 시원한(덜 더운) 밤을 보내고, 우리도 그들과 같은 분위기에 젖어 있는데, 어떤 남성이 말을 걸어온다, 한국어로. 나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국어를 조금 한다, 아까 어떤 식당에서 맥주 마시지 않았느냐. 헐! 아까 식당에서부터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한국어로 대화 나눠 보려고 긴 시간 우리를 스토킹? 이렇듯 기분 좋은 스토커는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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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이 포장해 주었다(확인 안 됨)는 차 없는 거리를 15분 정도 걸어서 비비하늠모스크(Bibi-Xonum, 티무르가 아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사마르칸트에서 가장 큰 모스크)의 야경까지 보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하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이야기하면서 이명박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한 떼의 가족이 또 말을 걸어온다. 한국인이냐고. “Yes!” 6명의 일가족이 이 야밤에 한국인이라고 환영해 주고, 우리의 여행 앞날을 축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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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비비하늠모스크에 도착하여 야경만 간단히 감상하고, 밝은 날에 다시 와서 그 앞쪽의 영묘와 함께 찬찬히 감상하자 하고 돌아서는데, 또 예쁜 여학생이 한국인이냐고 물어온다. 아버지가 부산대에서 공부할 때 함께 부산에서 잠깐 산 적이 있고, 한국을 좋아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언제 그 소녀에게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 하여 인스타 주소를 받아왔다.

한국인 인기 때문에 길거리를 편안히 걸어가지도 못하여 자만심 한껏 충전된 이 밤, 이제 정말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이 거의 밤 12시다. 4시간 시차를 계산해 보니 한국에서라면 나의 기상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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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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