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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대로 11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휘

by 망초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토스카니니나 강마에 김명민의 지휘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40대에서 80대의 여성 20여 명으로 구성된 우리 동네 성당 지휘자의 지휘만큼 아름다운 지휘를 본 적이 없다.

천하의 영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눈빛만이라도 반짝이는 단원들이면 좋으련만, 오로지 젊은 마음 하나로 성가 봉사를 하는 시니어 단원들을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연습시켜서 미사 중에 성가 봉사를 하는 이 30대 중반의 여성 지휘자.


단원들의 음정이 틀렸을 때에도 그녀는 절대 계명을 말하지 않고 오로지 '더 높게, 더 낮게'라고만 지도하여 원하는 음정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대단한 능력이라고 본다. 명문 Y대 성악과 출신인 이 지휘자는 만 3세의 아들을 두고 있지만 일요일이면 새벽부터 어린 아들을 깨워 자신의 차에 태워서 친정에 맡겨 두고, 차례차례 두 개의 성당에서 성가대를 지도하고 미사 시간에 성가대 지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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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가대는 자발적인 봉사의 차원이므로 신부님이나 미사에 참석하는 신도들이 큰 요구를 하지 않지만, 단원들은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놓지 않았기에 음정이나 박자를 최대한 정확하게 하려는 일념으로 악보에만 집중하고 지휘자의 지휘에는 집중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지휘자가 가장 많이 당부하는 말은 자주 지휘를 보라는 말!

지난주 성가 가사 중에 "~꽃씨 날리면~"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지휘자를 바라본 순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녀의 표정, 노래, 지휘봉, 손, 시선이 모두 민들레 꽃씨처럼 우리 성가대의 성가와 함께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지휘의 여러 포즈 중에 이러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 그녀의 지휘는 이 세상 어떤 지휘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 오 바람이 불어

꽃씨 날리면

이 세상 온 마음 가득히

향기 가득하네.~~"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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