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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의 방주 Apr 12. 2023

한국어 강사, 프리랜서에서 대표를 꿈꿨다.

정부지원사업(예비창업패키지) 실패 이야기

처음 사업을 생각했을 때 한국어 학원을 차리는 것에 대해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잘 할 수 있겠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아직 해외 입국자들의 완전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유학생들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학원을 차리는 것은 금액적으로 너무 큰 비용의 지출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은 SNS, 홈페이지, Zep 등 전부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것이었고, 디자이너 한 명이면 충분히 진행이 되는 것이었는데 학원을 차린다고 하면, 아무리 코로나로 공실들이 많이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보증금 1000만원+@ 에 월세 80정도, 거기에 인테리어를 아무리 적게 하더라도 기존에 학원을 하던 곳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기에, 학원은 몇 번의 부동산 방문 이후 생각을 접게 되었다. 


줌으로 한국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나에게 Zep은 새로운 대안같았다. 이제 막 만들어져서 아직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를 때 이 곳에서 나만의 한국어 학원을 만들어 선점 효과를 누려야겠다는 헛된 망상도 꿈꿨다. 그리하여 디자이너분도 영입하며 나름의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특히 학생들이 한 두번 내가 만든 메타버스 공간에 찾아와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며 더욱 확신에 찼다. '이거 되겠다' 그리고 시기가 맞았기에 정부 지원사업 중 모든 예비 창업자들이 지원한다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을 했다. 


한참 메타버스 키워드가 핫한 시기였다. 즐겨 보는 스타트업 관련 유튜브나 주식 등 여러 채널에서 메타버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학생들을 내가 만든 공간에 데려다놓고 수업도 진행하면서 나름 '시장 조사'도 했다고 착각했기에, 글만 잘 쓴다면 당연히 선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해제되기 전이라 '비대면'에 관련된 사업들에 대한 지원이 좋다고 느껴졌다. 마침 내가 생각하는 사업은 '에듀테크' 라는 부문으로 카테고리화 된다는 것을 알았고 마침 지원했던 주관기관이 '에듀테크협회' 였기에 

'아 나는 무조건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글을 작성했다.


내가 작성했던 사업계획서


당시 내가 작성했던 창업 아이템명이었는데, 사업계획서나 정부지원사업 등에 대한 강의를 전혀 듣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않은채 무작정 작성했기에 떨어지는 것은 수순이었다. 지금은 잘 이해하고 있는 PSST (문제인식, 실현가능성, 성장전략, 팀구성)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기에 그냥 정말 써진 질문들을 보며 하나하나 글을 써내려갔다. 이미지는 물론 표 하나도 없는채 그렇게 심플한 사업계획서가 나왔다. 


부끄러우니까 잘 안보이게 작게 첨부했다. 


이런 사업계획서를 일주일간 작성하면서도 나는 '당연히 선정 될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작성을 했다. 다른 것도 다른 것이었지만, 사업에 대한 명확한 BM에 대해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단순히 SNS에서 학생들을 홍보해서 매출을을 일으키겠다는 아이디어 말고는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힘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설 온라인 어학원들에서는 SNS, 그것도 인스타그램 하나로만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그게 굉장히 잘먹히긴 한다) 


그리하여 두둥

당시 받았던 결과 통보 메일


이렇게 떨어지게 되었다. 


사실 떨어진 이유에 대해 납득을 할 수 없었지...는 않았고 어쩌면 마음 속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떨어진 아쉬움을 뒤로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정 평가에 대한 문의를 남겼다.



이렇게 메일을 보낸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바로 에듀테크 협회에서 답변이 왔다. 

창업 진흥원 규정에 따라 평균 점수나 커트라인, 올해 경쟁률 등은 공개할 수 없으나 작년에 창업진흥원이 공개했던 경쟁률인 15:1보다 높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래 평가 위원들의 의견을 받을 수 있었다.  



평가 점수가 84점이 높은건지 낮은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낮지는 않은 점수네' 라며 위안을 얻은 것과 동시에 '아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겠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안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서류만 보고도 다 알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내 손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고 나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마음 먹게 되었다. 나에 대한 자존감이 워낙 높았기에 '내 실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고, 또 스타트업 몇 년 경험했다고 해서 그 '배경'이 창업에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정부지원 사업이 끝나고, 사실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 사업화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이나 사업화 자금 지원 정책 등이 있었으나 '예비창업패키지'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더 이상 지원 사업을 생각하지 못했고, 동시에 SNS에서 다른 잘나가는 한국어 강사들의 인스타를 참고하면서 컨텐츠를 만들어 올리는데 내 생각만큼 성과가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이미 들어간 돈 수백만원을 제외하고도 매 달 30~50만원의 지출은 월 200만원 언저리를 벌고 있는 프리랜서 강사에겐 꽤나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기에 그렇게 창업의 꿈을 잠시 내려놓게 되었다. 도전하는 것은 물론 멋있고 값진 일이었지만, 결혼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적인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껴졌고, 그렇게 내가 꿈궜던 '한국어로 창업하기'는 끝이 나는가 했다.


4편에서 계속.


1편 나는 어떻게 한국어 강사가 되었나 보러가기

https://brunch.co.kr/@bjy0714/20

2편 한국어로 스타트업 창업해볼까 보러가기

https://brunch.co.kr/@bjy07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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