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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의 방주 Apr 12. 2023

내가 경험했던 창업을 위한 준비 4가지

스타트업, 보험금, 창업놀이(?) 그리고 창업교육 

1. 스타트업 경험

사실 창업을 준비할 때 아예 바닥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2019년~2020년까지 백혈병 투병 뒤 사회로 복귀하였는데, 백혈병에 걸리기 직전 엔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1호 직원으로 합류해서 일을 하였다. 늘 큰 기업에서 한 가지 일만 쭉 하다가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들어와 바닥부터 세워가는 일을 하는게 너무 즐거웠고 당시 핫한 소셜, 공유, 여행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경험이 새로웠다. 특히 아무것도 없는 바닥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같이 기획하고 운영하고, 마무리하는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회사도 점점 성장하고 있었기에 전에 큰 회사에서 일할 때 느끼지 못했던 전혀 다른 매력을 맛보며 일을 했고, 처음으로 단순한 '사업'을 해야겠다가 아닌, '창업' 혹은 '스타트업' 이라는 키워드로 나를 물들여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상파 출연도 해봤다...ㅎ ) 

맨 처음 초기 멤버 3명. 


2. 보험금

그 이후 앞서 언급했던 백혈병이 나를 찾아왔다. 친가 외가 통틀어 집안에 암 환자 한 명 없었던 가족력과 키 190의 100kg, 그리고 헬스를 주 3~4회씩 나름 하는 헬린이였던 내가 혈액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정말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1년간의 투병생활(다른 암환자들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짧은 시간이지만)은 정말 힘든 순간들이었지만,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두둑한 보험금과 함께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일개 직장인으로써 20대 후반에 억이 넘는 돈은 나를 자신감에 차게 만들었고, '이 돈이면 내가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었다. 


3. 창업 놀이(?) 

투병생활의 경험은 나를 '세상에 좀 더 이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딱 알맞은 성장 과정이었다. '죽을 병에서 살았으니, 남은 인생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지' 라는 호기로운 마음을 품었던 나는, 지금이야 여러가지 청년들의 정보들을 보여주는 곳들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곳들이 많이 있으나 2020년의 나는 그런 것들이 잘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을 찍어서 지금 나도 살고있는 '행복주택'에 관련된 영상을 찍어서 업로드 하기도 하고, '청년 수당'이나 '내일체움공제' 등 몰라서 받지 못하는 지원 사업들을 웹사이트 형태로 만들어서 보여줘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5평이 안되는 작은 사무실 하나를 빌려 화이트보드 하나, 책상과 의자만 갖다두고, 친구 1명과 그 친구의 여자친구, 교회 동생 1명을 꼬득여 4명이서 스타트업 놀이를 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생각은 '트래픽만 모으면 광고 붙여야지' 라는 생각으로 대충 스킵하고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나름 고군분투하며 해봤다. 

당시에 그림 그려봤던 화면 UI, 

물론 결과는 실패, 분명한 비전이나 목적, 방향성 없이 선한 의지만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 +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이 혹은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것도 친한) 모여서 일을 하니 당연히 잘 될 턱이 없고 재밌게 사업 놀이를 하다가 각자 개인의 사정이 생기고, 여러 지원 사업들을 잘 정리해둔 사이트들을 만나며 (심지어 시장 조사도 안했었다) 그렇게 끝이 났다. 


4. 창업 교육

스타트업을 다닐 때 우연한 기회로 KT&G 상상스타트업캠프 발표회에 참석했었다. 지금이야 여러 기업들에서 민간 엑셀러레이터들을 자처하며 여러가지 지원 사업들로 스타트업들이 커지지만, 2015년 이후 해외에서 쭉 일했던 나는 그 발표회 광경을 보는게 너무 신선했다. 세상의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한다는 것이 나에겐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이런 세계가 있구나',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사업화를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발표회를 눈에 그대로 담은 뒤 돌아왔었는데 우연히 새로운 기수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을 생각하고, 당시 전에 하던 일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틀어보려고 하는 친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두 사람의 공통점인 '투병' 생활을 키워드로, 정리한 결과 돌아가신 분들을 그리워하기 위한 서비스인 '온기저장소' 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사실 KT&G의 경우,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정말 사회적으로 풀어내고 싶은 모델이 있는 '학생들'을 많이 뽑았다. 물론 직장을 경험하신 분들도 있었으나, 이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업과 창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병아리 같은 사람들을 뽑아 가르치고 만들어낸다는 모토로 했던 일들이었기에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뽑힐 수 있다. 그리고 긴 3개월의 과정 끝에 많은 것들을 배우며 처음으로 문제 정의부터, 시장 정의, 솔루션, 이해관계자, 성과 및 향후 전략 등 사업계획서 비스무리한 것들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고객을 만나고 오라는 소리에 인근 납골당 공원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암 관련 커뮤니티에 글도 올려서 피드백도 받아보고, Tam Sam Som을 활용한 시장 규모 산정이나 제품 프로토타입도 만들어보면서 기존의 창업 놀이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무언가 만들어보는 경험이 나에겐 새로웠고, 엉성한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신선했다. 창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배웠고,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배웠던 것 같다. 


결과는 물론 아쉽게 끝이 났다. Underdogs에서 우릴 도와주시기 위해 붙여주신 웰바잉의 '정홍래 코치님'꼐서 우리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던져주셨다.


'이게 여러분이 정말 풀고 싶은 문제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실 'No' 였다. 그저 두 사람의 겪었던 경험이 비슷했고, 우리가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 정도의 공감이 있었던 것이지, 실제 이 서비스가 나의 소원이자 꿈은 아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KT&G 상스캠에 합격하기 위한 아이템이었던 것이지 (전체 팀의 절반정도가 비슷한 생각이었다), 당시 기수의 우승 팀인 'Million dreams' (재소자 사회 적응을 위한 취업 교육)와 같이 이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사업을 꿈꾸는 팀은 아니었기에 저 질문을 들을 때마다 사실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없었기에 아쉬운 퇴장으로 창업 교육을 종료했다.


p.s 이 때 만났던 대표님 한 분과 인연이 되어 지금도 함께 서로의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되어 사람이 남았다는 생각이다. 


5편에서 계속.


1편 - 나는 어떻게 한국어 강사가 되었나 보러가기

https://brunch.co.kr/@bjy0714/20


2편 - 한국어로 스타트업 창업해볼까 보러가기

https://brunch.co.kr/@bjy0714/21


3편 - 한국어 강사, 프리랜서에서 대표를 꿈꿨다 (정부지원사업, 예비창업패키지) 보러가기

https://brunch.co.kr/@bjy07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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