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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의 방주 Mar 22. 2017

싱가포르 중소기업 이야기 - 7

취업취약계층 면접 후기

지난주 수요일 보스와 함께 커뮤니티 센터에 다녀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사무소 정도?)
이유인 즉슨, 회사가 소속되어 있는 지역에서 취업취약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우리 회사에도 참석 여부를 묻는 메일이 왔었다.

사실 지난번에도 참석했던 자리였는데 추가로 사람을 더 뽑을 생각을 하고 있는 보스는 콜했고 그렇게 나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는데 나는 사실 가기가 꺼려졌다.

내 입장에서는 

1. 회사에 뻔히 HR 담당하는 (이 회사에서 21년동안 일했던) HR담당 아주머니가 있는데 왜 나를 데리고 가려는지도 이해가 안됐고, 
2.나는 계속 그만두고 싶어하는데 보스는 그걸 모르니 자꾸 나와 함께 이 것 저 것 하려고 하는데 내가 만약 그만둔다고 했을때 충격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고, (전에 HR을 배워볼 생각이 없냐고도 했었는데 굉장히 큰 관심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3. (거의 농담이겠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만 편애하는걸 가지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는 것도 싫었고, 
4. 생산 라인을 담당할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텐데 내가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분별할 수 있는 눈이 있는지 확신도 없었다.(전에 뽑았던 한 사람은 옆자리 동료를 위협하려고 칼을 들고 협박해서 경찰을 부른적도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완곡하게 거절을 하고(그래도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서 잠시 망설였지만)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하여 일단은 HR 담당 아주머니와 둘이 가기로 했지만(그래서 언티에게 원망을 들었다 ㅠㅠ) 갑자기 퇴근 15분 전에 스카이프로 나보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하하

그래 가야지.. 하고 체념하고 다녀왔다.



다음날 아침 오랜만에 방문한 커뮤니티 센터(일명 CC)에서 10시부터 3시까지 설명회를 진행했었다. 조금 긴장을 해서 사진은 찍지 않았는데 블로그 쓸 시간이 되니 조금 후회;

채용회에는 총 4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MILO(음료회사) door to door sales representative 
(마일로 제품 방문판매)

2개의 잡 에이전시

그리고 우리.

10시가 되기 10분전에 도착하니 MILO가 와서 가장 앞쪽에 위치해있었고 우리는 그 옆자리를 배정받았으나 보스가 구석이 좋다고 하여 구석으로 이동했다.

책상 하나에 의자 두개를 가져다놓고 앉은 다음 자연스럽게 시작

우리는 4개의 공고를 냈었다. 생산라인, 클리너(파트타임), 품질관리(경력2년이상)하나는 기억이 안난다.

지원자들은 이 곳에 와서 이력서를 다시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앞장에는 신상 정보를 입력하고 뒷장에는 경력을 입력했다.


다음은 기억남는 지원자들. 


1.말레이계 싱가포리안 가장이었는데 3명의 가족이 2000불로(160만원정도) 먹고산다고 했다. 집안에서 혼자 일을 한다고. 어떻게 살 수 있지 생각했는데 면접이 끝난 후 보스가 하는 말

'야 봤지? 저 사람은 가장인데 3명이서 2000불로 가족이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넌 혼자살면서 1600불로 못산다고?'

저 말을 듣고 잠깐 잊고 있었던 보스가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시금 상기할 수 있어서 그동안 절박하지 않아서 좀 제한을 두었던 싱가폴 내 한국 기업들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2. 9살 딸을 데리고 온 지원자. 정신상의 문제가 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었는데 전직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전 직장에서 한 달 월급으로 180불(15만원)을 받았다고 그만뒀다고 했다. 중국어로 들었던지라 처음에 듣고 '응? 1800이 아니고?'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딸의 설명을 듣고 너무 소름이 돋았다. MOM에 신고했다고 하는데 여기 최저임금이 없어서 정당한 계약의 조건이었다고 우기면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세상은 넓고 나쁜 새끼들은 많다. 


3. 56년생 친구 아줌마. 두 분다 평생 생산직에서 일했다. 둘이 항상 같이 일을 했었는데 IBM과 HITACHI등 대기업에서 일했었는데 거기서 월급도 1000불 안팎, 아무리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하더라도 나름 대기업 생산직인데 저 돈 받고 일했다는게 충격. 면접 중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는 없냐고도 물어봤다. 두 명의 언티 중 한 언티는 면접보고있는데 전화가 울리더니 그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자리를 옮겨서 받은 것도 아니다 ㄷㄷ) 또 한 번의 문화충격. 


4. 택시 드라이버 아저씨. 은퇴했는데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왔다. 보스가 왜 다시 택시를 안타냐고 물었더니 우버와 그랩도 생겼고, 도로에서 일하면 돈은 좀 벌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보스가 우리는 생산라인이라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해야하는데 전 경력을 보니 마트 케셔, 요리, 판매직, 택시 등 매 돌아다니는 일 뿐이었는데  할 수 있겠냐 했더니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떨어졌다. 사실 특별한 특징은 없었는데 매우 유쾌한 아저씨고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멈추질 않아서 거의 20분이 넘게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지원자들은 10분 내외로 끝났다)


5. 전직원 아줌마. 10년동안 케미컬 회사에서 미싱기를 돌렸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슈퍼바이저로 일을 했다고 했는데 보스도 꽤 마음에 들어해서 회사의 위치에 대해 설명하다가 회사 위치를 말하니 자기가 20년 전에 그 근처 회사에서 일했었는데 완전 최악의 회사였다고, 특히 슈퍼바이저가 너무 자기를 힘들게 해서 그만뒀었다고 했다. 순간 닭살이 살짝 돋으면서 '혹시...'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ㅋㅋ 보스가 그때는 자기도 없었고, 담당했던 사람도 다 그만둬서 지금은 괜찮을 것이라고 했지만 바뀐 그 분의 표정은 '절대 가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표정이었다. 


6. 잡지 디자이너. 예술대학교를 나오고 학교와 관련된 잡지를 디자인했던 지원자였는데 우리 회사 웹디자인을 도와주는 사람의 디자인 실력이 너무 별로라 디자인쪽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헌데 왼손잡이이셨는데 왼손에 마비가 와서 왼손을 잘 쓰지 못하는 상황. 그래도 이력서를 받고 포트폴리오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돌아와서 확인하니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다. 지금 우리 사이트의 거지같은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구나! 라고 어필했지만 잘 모르겠다.


7. 필리피노 PR 51년생 아저씨였는데 굉장히 정정했다. 품질관리로만 23년을 일을 했고 1969년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페이스북도 하는 등 현시대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분이였는데 전 직장에서 샐러리가 6천불정도 되었다. 보스가 여기서 월급을 얼마정도 예상하냐고 했을 때 회사에서 얼마정도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치열한 협상 시작
얼마원해? > 얼마줄 수 있어? > 그래서 얼마 원해? > 회사에서 어느정도 까지 줄꺼야? > 그래서 얼마 원하냐고 라고 네고 끝에 '3천불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라고 시무룩해져서 말을 했다. '그래 다음날 우리 회사에 와서 디테일한 면접을 좀 더 보자'라고 이야기하고 마무리 
(총 7,8명에게 회사에서 2차면접을 보자고 이야기했는데 유일하게 왔던 한 분이었다)


8. 46년생 할머니 세상에 90년생인 내가 46년생 할머니를 인터뷰할지 몰랐다. 역시나 굉장히 정정하고 세련된 할머니였는데, 특이하게 일본에서 공부를 하시고 일본 공항에서 아나운서 담당으로 일을 하셨다. 중국 하이난 출신으로 하이니즈, 광동어, 만다린, 말레이시아언어, 영어, 일본어 총 6개국어를 할줄 아는 분이었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일본이 무서워 돌아왔다고 했다. 회사에선 계속해서 네이티브 급의 일본어 담당자를 뽑으려고 했었는데 본인 스스로 본인의 일본어 실력이 네이티브 급이라고 강하게 어필하는 분이셔서 일본어 번역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부탁을 드리려고 했으나 Word를 사용할줄 몰랐다. 휴대폰으로는 일본어를 작성할 수 있지만 컴퓨터로 일본어를 쓸 수 없다고(...) 일단 휴대폰으로 몇 개 제품을 번역해보라고 보내긴 했으나 일본어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분이라 우리의 깐깐한 일본인 클라이언트가 통과할지는 미지수


9. 22살 싱글맘 아이가 벌써 5살인 귀여운 친구였다. 친구와 친오빠 셋이서 손잡고 왔는데 보스가 이것 저것 캐물었다. 남편은 어딨냐고 했더니 남편은 없고 남자친구는 있는데 지난달에 감옥갔다고 (ㄷㄷ...) 전문대까지 나온 성실한 친구였고 같이 온 친구나 오빠와 달리 눈이 굉장히 똘망똘망해서 다음날 오라고 했는데 오지 않았다. 친오빠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인 싱가포르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해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나중에 보스가 말해주길 아무래도 갱(깡패?) 출신인것 같다고 했다.





5시간동안 총 25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났다. 부유함과 화려함의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저소득 계층의 싱가포리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또 아시아 문화권의 면접에서 묻는 공통된 질문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식은 몇 명인지, 아내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지 형제들은 뭘 하는지'
'혼자 사는지, 가족이 있는지, 가족이 있는데 왜 혼자 사는지'
'전 직장 일이 편한데 왜 그만뒀는지, 이거 아니어도 할 것 많지 않은지'
'클럽 자주 가는지, 담배와 음주는 자주 하지 않는지'
'차는 있는지, 집과 회사가 너무 멀지 않은지'
'정해진 시간 외에 회사가 요구하면 기꺼이 야근을 할 수 있는지'



면접관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만나볼 수 있는게 사실 직장인에게 그리 특별하지만은 아닌 일이겠지만, 그 대상이 싱가포르 사람들 그 중에서도 취업취약계층이라고 따로 부르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인 중에서 동일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소기업이라서 얻을 수 있는 나름 특별했던 경험...은 아니고 그냥 보스의 편애를 받아서 얻을 수 있었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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