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살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인도 사람들의 특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몇 년이 지났지만, 인도인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하면 아래 다섯 가지가 바로 머리에 떠오른다.
첫 번째, 인도 사람들은 계산이 능숙하다.
인도를 수학 강국이라 한다. 그것은 길거리 상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왜냐면 인도 길거리에 즐비한 상점에 가서 놀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일이며 채소며 한 바가지 들고 가 계산해 달라고 하면, 인도 상인들은 계산기도 없이 계산지에 품목과 수량을 적어 내려간다. 그러고는 품목에 체크체크하며 숫자 몇 개 적고는 계산을 끝낸다.
생활 속 암산 달인들을 만날 수 있는 상점
직접 체크해 보면 바가지 씌울 작정으로 추가하지 않은 이상 계산이 정확하다. 한두 명의 상인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만났던 거의 모든 상인들이 손으로 적고 빠르게 암산했다. 그들이 고등 수학교육을 받은 인재들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하위계층들이 많다.
인도인 특히 하위계층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는 신분적 악습인 카스트제도도 한몫한다. 신분이 낮더라도 수학을 중시하는 인도공과대학에 입학하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신분 탈바꿈을 위해 어릴 적부터 목숨 걸고 수학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다. 단 몇 초 만에 암산으로 뚝딱 계산하는 그들을 보면 기적의 계산법이라 불리는 인도 수학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인도 사람들은 시간약속을 잘 안 지킨다.
한국인들 특유의 ‘빨리빨리’ 행동을 인도에서 유지하다 보면 화병이 생긴다. 왜냐면 인도인들은 굉장히 느긋~~ 하다. 분명히 약속을 잡지만 기본적으로 늦는다. 늦으면 다행이지 당일에 안 지키는 경우도 있다.
약속이 뭐 대수인가요~만나기만 하면 되죠^^
인도에서는 미네랄워터라고 하는 물을 사 먹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물 배달을 받고, 정전이 자주 일어나 전기 부품을 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배수공이나 전기공을 부르는데, 분명히 내일 몇 시에 온다고 약속을 하나 제때 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화내봤자 대부분이 그렇다. 괜히 화냈다가 안 고쳐주고 가면 나만 손해다. 언제 또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도 문화 자체가 약속은 약속이고 지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약속해 놓고 까먹거나 그냥 만나기만 하면 된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냥 무조건 약속시간은 내가 정말 필요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잡는 게 낫다. 그리고 다음 날이 약속이면 전날에 한 번이라도 더 전화해서 꼭 그 시간에 오라고 신신당부하는 게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
안 그래도 더운 인도에서 약속이 늦어질 때마다 성내면 살기 어렵다. 그냥 내려놓고 어찌 됐든 만남이 성사되면 다행이라 생각하자.
세 번째, 인도에는 구경꾼들이 많다. 엄청 많다.
인도 거리에서 무슨 사고나 사건이 나면 사람들이 정말 구름 떼같이 몰려든다. 뉴스에 나온 인도사람들이 떼 지어 있는 사진을 실생활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많거나 참견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르는 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주려고 다가가지 않는 이상 지나가며 곁눈질로 슬쩍 쳐다본다. 근데 인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물리적으로 가까이 다가와 뚫어지게 쳐다본다. 코 앞까지 와서 대놓고 구경한다. 그렇게 한 두 사람 모이면 구름 떼가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어디서 나왔는지 동네방네 사람들이 다 나와서 왁자지껄 이야기하고 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에서도 볼 수 있는 구경꾼들
실제로 거리에서 싸우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말리지도 않고 그 두 사람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구경하며 각자 고래고래 참견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럴 때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우르르 모이기 시작하면 인도 같이 인구가 많은 나라는 답이 없다. 막강한 힘을 가진 인도 경찰이 갑자기 곤봉을 휘두르며 나타나 군중들을 떨어트려 놓기도 한다. 무슨 일인가 나도 궁금하지만 이럴 때는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네 번째, 인도 남자들은 이탈리아 남자 저리 가라 할 정도다.
“Senorita!” 외치는 게 비단 이탈리아 남성만이 아니다. 인도 사람, 특히 인도 남자들은 여성이 있으면 호감을 적극 표시하는 편인데 특히 한중일 동양 여성들한테 더 적극적인 편이다. 길거리를 지나가거나 상점에 가면 호객 행위를 하는 많은 남자 직원들을 볼 수 있다. "어디서 왔냐, 예쁘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외국인 여성이 지나가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요!
당연히 푸대접하거나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너무 들뜨지 말아야 한다. 들떠 같이 계속 대화하다 보면 역시나 주위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스멀스멀 모인다. 나중에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인도의 재미난 장소를 소개해 준다며 위험한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그러니 길거리에서 호감과 호기심을 표해오는 이가 있다면 적당히 “Thank you”하고 눈인사 날리고 지나가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인도 사람들은 흥이 많다.
인도 사람들은 흥이 많고 “좋은 게 좋은 거지~”하면 인생을 즐기며 살아간다. 인도 사람들의 넘치는 흥은 축제 기간이 되면 폭발한다.
인도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춤사랑
매년 2~3월경 열리는 색의 축제 ‘홀리’ 때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색색의 물감을 던지며 축제를 즐긴다. 어린아이 건 어른이건 상관없이 물감을 던지며 깔깔댄다. 우리나라였으면 모르는 사람이 물감을 던지며 놀자고 하면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할 것이다. 그러나 인도 사람들은 여기저기 날아드는 물감에 함께 뒤섞여 웃으며 축제를 즐긴다.
그리고 인도의 가장 큰 축제인 10~11월 ‘디왈리’ 기간에는 사방팔방에서 폭죽이 터진다. 그리고 음악이 나오면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춤을 잘 춘다. 거리에서 춤추는 일이 인도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명이 추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같이 추기 시작한다.
흥이 대폭발하는 화려한 인도 결혼식
인도인들의 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결혼식이다. 인도 결혼식은 주로 밤에 진행한다. 결혼식에서는 신랑신부뿐만이 아니라 모든 하객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밤새 춤을 춘다. 무슨 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팔다리를 위로 흥겹게 휘젓는다.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인도에 간다면 아마 주체하지 못하는 흥을 펼쳐 보일 길거리무대가 많을 것이다.
이상 인도 사람을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특징 5가지를 정리해 보았다.인도 사람들은 느긋하고 흥이 많고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모든 사람들이 다 좋은 방향으로 똑같지는 않듯이, 아무리 재미있고 흥 많은 인도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위험한 일에 휩싸일 수 있으니 위 사항들은 참고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