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놓지 말자
아이들이 조금 크자 공통적으로 나에게 한 질문이 있다.
우리는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데 왜 한글을 배워야 돼요?
"우리는 한국 사람이니까 당연히 한국어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쓸 줄도 알아야 되는 거야."라고 짧게 대답했다. 아이들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곤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다. 당황스럽기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깊은 질문이었다.
주변에는 중국어를 못하는 중국인도 많고,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영어만 사용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한글 책을 읽고, 배워야 하지?'
내가 외국에 살면서도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유는 어느 곳에 살고 있던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면서 국적 선택의 자유는 없지만,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뿌리를 이어나가며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한국인과 키위 사이의 정체성 혼란이 오더라도 조금 덜 흔들리고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심어주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는 한글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 조부모님과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누군가는 부모로 인해 한 가지 언어를 더 쉽게 배울 수 있으니 매리트 있다고도 답한다. 모두 맞다. 다양한 이유로 한글은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한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한글 책 읽기는 계속될 것이다.
"한글은 왜 이렇게 어려워요?"라고 말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다. "영어는 왜 이렇게 복잡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