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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 육아를 하는 이유

어쩌면… 내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먼저 이 ‘9년째 책 육아 중입니다.’ 연재에 나오는 책 이름, 브랜드, 회사, 작가 등 협찬이나 광고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은 저녁 8시 반이 넘으면 잘 준비를 마치고, 한글 책을 한 권 골라 내 침대로 올라온다. 나는 하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한글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기 시작한다.


영어 책 보는 일이 더 자연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한글책도 자연스럽게 다독했으면 하는 마음에 요즘은 아이들과 몇 문장씩 나눠 읽기도 한다. 내년(10년째)을 마지막으로 엄마의 책육아는 끝이 나기 때문이다.




"어제저녁에 애들이랑 책을 읽다가... 주절주절.."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대화 중이었다.

"아직도 애들이랑 책 보고, 읽어줘?" 지인이 놀라며 묻는다.

"네. 요즘에도 같이 봐요."

"내가 5년 읽어주고 끝내면서도 길다 생각했는데, 대단하네~"


이게... 대단... 하다고?


내가 좀 길게 읽어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게 대단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잠 자기 전 양치하는 정도의 습관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그 정도로 무던했으니 주변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몇 없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공부 잘하길 바라서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다. 똑똑해지길 바라서 하는 행동도 아니다. 내가 유별난 엄마여서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홍진경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딸이 책을 실컷 봤으면 좋겠어. 매 순간이 선택인데, 글을 많이 읽으면 조금이라도 선택을 잘하게 돼"라는 것처럼 멋진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두 달 후면 내가 책을 읽어준 지 10년째가 된다. 그동안 책 육아가 우리 아이에게 얼마나 큰 경험이 되고, 세상을 알려줬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책을 봐야 한다고 강요한 적은 물론 없거니와 같이 웃고, 같이 울먹이며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단지 아직까지 종이 책을 좋아하고, 엄마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는 아이와의 이 순간을 조금 더 길게 연장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춘기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사랑'이라고 아이도 한 번쯤은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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