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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책 읽어줄 생각은 없었는데.

우리는 그냥, 좋았다.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하루가 다르게 말 문이 터져 언어발달을 눈으로 보여주고, 귀로 들려주는 아이에게 책 읽기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놀이 방법이었다.


아이와 양치 후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었다. 내성적인 우리 아이의 처음 시작은 창작 동화였다. 다양한 감정과 일상을 제 3자의 입장에서 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유치원에 처음 가서 좀 떨렸나 봐. 엄마도 처음 유치원 갔을 때 떨렸었어.”, “엄마가 다른 친구만 칭찬해서 샘이 난 걸까?.”, “엄마가 안아줘서 마음이 편안 해졌겠다.” 책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거나 읽는 도중 잠이 들곤 했다. 물론, 책 한 권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내가 먼저 잠드는 날도 있었지만.





첫째와 둘이 2년간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그 후로 둘째가 태어나면서, 해외로 이사를 오면서 하루에 읽은 책의 수가 5권 미만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둘째가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우리는 셋이 되어 다시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첫째는 창작동화를 먼저 시작했지만, 디즈니 공주 시리즈, 뽀로로, 도라 등 관심에 따라 다른 책들을 보기도 했다. 성향이 다른 둘째는 자연관찰이나 과학동화를 집중해서 보던 아이라 두 아이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기 시작했다. 첫째와 나는 공룡이름을 알게 됐고, 자동차 종류를 알게 됐다. 둘째는 내용도 모르는 디즈니 공주들의 이름과 노래를 다 외우고, 옥토넛에 빠져 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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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어릴 적 책과의 일상 기록




내가 처음부터 9년, 10년을 계획하고 시작했다면 책 육아는 1년도 채 안돼 진작 끝이 났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꾸준하고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닌 셋 이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못했을 것 같다. 매일 밤,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웃는 그 시간이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노력이었고, 우리는 그게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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