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보히니
아침이 밝아온 세상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다. 아침, 호숫가에 위치한 공간들은 물안개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보히니 호수의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침을 여는 순간은 늘 평온하면서도 때로는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에 일어나는 시각에 맞춰서 생활을 하고 같은 생활의 패턴 속에서는 마주할 수 없기에, 이런 새벽의 풍경들은 늘 특별하고 신비롭게 다가오나 보다.
호텔에서 작은 돌다리를 건너가게 되면, "Cerkev Sv. Janeza Krstnika"라는 지도상의 지명이 나와 있는 자그마한 성당을 하나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아무런 정보도 없어서, 근처에 있는 영문으로 된 설명문을 하나 찍어놓았는데 영문 명칭으로는 "세인트 존 더 바티스트", 그리고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세례자 성 요한"이라는 이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유럽의 성당 이름은 흔히 종교적 성인의 이름을 따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명칭 또한 여러 곳에 쓰여서 유럽의 여러 공간에서 그들은 이름을 기억하는 것 같다.
작지만 평범한 성당은 보히니 호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뷰이며, 의심할 수 없을 만큼 가장 유명한 이미지라고 한다. 사실 보히니 호수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확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는 상태였는데, 영문으로 된 설명을 보니 또 그럴듯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성당의 문은 비록 닫혀있었지만, 외부를 한 바퀴 돌면서 성당 내부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성당 내부에는 오래된 벽화를 하나 볼 수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이 그림을 통해서 '지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미술적, 종교적 지식이 문외한 나로서는 이 그림을 그저 지나가면서 바라보았던 하나의 '그림'으로 인지 할 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림 속에서 미술적, 종교적 또 다른 시각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이곳에서 더욱 뜻있는 시간을 보냈을 것만 같다.
발칸반도 지역은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한다. 사진 속에 보이는 거대한 기둥이 낯설게 느껴졌었는데, 눈이 덮였을 때 도로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 같다. 일본의 기후현 지역을 여행할 때도, 신호등이 새로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신기해했는데, 시간이 흘러 눈이 많이 내려서 신호등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듣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을 통해 배우고, 또 여행하는 그런 삶이 되길 바라본다.
보히니 호수에는 오리들이 여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나도 여유롭게 느껴졌다. 아침 이른 시각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상태여서 그런지, 이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도 신비로웠다. 바로 이어서 보히니 호수에 대한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써내려 가보려 하지만,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지 못한 한계가 느껴졌던 순간이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서 그 순간, 순간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보면서, 이번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