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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분방 Jan 13. 2019

35화 안개 낀 그리고 보히니 호수를 걷다가

슬로베니아 보히니


보히니 호수의 아침

슬로베니아 북서부의 줄리안 알프스의 눈동자라 불린다는 보히니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른 새벽 아침에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하여, 물안개 자욱하게 낀 보히니 호수로 향했다. 작은 교회가 있어, 교회 앞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제야 비로소 보히니 호수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지난밤, 하늘의 은하수를 담아내기 위해 그토록 바라보려 했건만, 칠흑 같은 어둠은 내 눈앞에서 보히니 호수의 모습을 빼앗아가 버렸었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원하던 풍경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투명한 물, 떨어져 있는 낙엽들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내가 생각하던 보히니 호수의 산책로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여행지를 방문했던 시기에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그 여행지에 대한 이미지는 다를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사진 속 이미지들은 다시금 보히니 호수의 풍경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눈이 아닌 사진 속에 그토록 풍경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보히니 호수의 벤치

잠시 앉아서 여유롭게, 몇 시간 동안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은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던 평온한 호수의 여유로움이 있었던 '보히니 호수'이다. 사실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도시의 풍경들을 좋아하는 나로서 이런 정적인 공간들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게 될지 몰랐건만, 보히니 호수는 이런 나조차도 동요시킨다.







호수와 집
신비의 숲

걷다 보니 등장하는 누군가의 집은 그저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저 이곳에 집이 있고,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큰 행운일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물론 이곳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된다면, 또 다른 것들을 원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여행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지나간다. 동화 속에 나올법한 집도, 안개로 뒤덮인 신비로운 숲의 모습도 이젠 지난 추억 속 사진으로 남겨져 옛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어 버렸다.





호수의 오리들
브릿지와 오리들

보히니 호수에는 유독 오리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끔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주 찾는 하천에서 오리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보히니 호수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장소가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내가 자주 바라보는 오리들은 그리 여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뭔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이곳 보히니 호수의 오리들은 평온함의 대상이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보히니 호수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 아쉬울 무렵이었다. 이제 발칸반도 슬로베니아의 대표 관광지인 '블레드 성'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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