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푸껫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서, 삼각대를 챙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생각이 필요한 일이다. 우선 가방에 넣고 기내에 탑승하는 것이 힘든 경우가 많기에 캐리어의 한 공간을 비워서 커다란 삼각대를 올려놓는 일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2016년 푸껫 여행은 내 두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경험이 거의 없었던 터라, 삼각대의 반입 여부부터 시작해서, 항공편은 어떻게 환승해야 하는지, 언어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수많은 고민들만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 같다. 태국에 도착해서 한참을 이동해 푸껫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으로 환승했고,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푸껫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빠통비치는 상당히 어두웠다. 칠흑 같은 밤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빠통비치의 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밤, 나는 무사히 오늘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까?
내가 머물던 숙소는 빠통비치의 바로 앞이었는데, 해변은 상당히 길어서 잠깐 걸어서는 해변을 다 볼 수 없었다.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삼각대를 챙겨서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빠통비치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사진을 잘 찍지 못했던 것 같다. 바닥에 삼각대를 놓고, 카메라를 세팅하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야경을 한 장 찍고, 다시 또 한 장 찍기를 반복하면서 빠통비치의 밤 풍경들을 두 눈에 담았다.
일반 사진의 경우 한 번의 셔터로 메모리 카드에 사진이 담긴다. 하지만, 야경 촬영의 경우 짧게는 1초에서 길게는 30초, 혹은 그 이상까지 셔터를 누른 후 기다려야 사진이 촬영된다. 낮에는 하루 종일 사진만 찍다가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낮시간에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당시의 기억들이 또렷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오래된 한 장의 야경 사진 속에는 내가 신었던 슬리퍼가 무엇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까지 참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오래된 사진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이 당시의 기억들이 떠올라서 참 좋다. 못 찍은 사진이라 이야기를 했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사진보다도 소중한 사진인 것 같다. 2016년도 태국 푸껫 빠통 비치에 서있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옛 사진들을 보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가 많은데 특히 야경사진을 보면 더 그런 것 같다.
이 사진 한 장이 주는 의미는 "오래된 기억 속 나의 손짓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