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기억능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사진을 찍어온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사진을 찍다 보니 버릇이 생겼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오래된 사진들을 잠시 뒤적여보는 행동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사진 이건만 나는 사진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 사진임에도 그 순간의 기억들이 너무나 구체적으로 떠올라 놀랄 때가 있다. 날씨가 어땠는지, 바람은 얼마나 불어왔는지,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있었고 어떤 장비와 카메라를 썼는지까지 말이다.
특히 낮에 촬영한 사진이 아닌, 야경사진들에서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삼각대를 놓고 어떤 장소에 찾아가는 과정에서부터 야경을 담기 위해서 기다렸던 시간은 그만큼 노력의 시간이다. 또한 셔터를 누른 후 바라보았던 풍경의 기억들이 나에게 있어 특별하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삼각대를 놓고 기다림 속에서 촬영했던 사진들을 통해서 야경 사진 한 장이 나에게 주었던 의미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 이를 공유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주제이다.
야경사진은 나에게 특별하다. 누군가 나에게 직업을 물어보면 나는 사진가라고 답하곤 한다. 오랜 시간 인테리어 사진, 풍경 사진 등을 촬영하기도 했었고, 사진 공모전 심사위원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어떤 사진을 제일 좋아하는지 다음 질문이 날아온다면, 나는 어김없이 '야경사진'이라고 답한다.
어릴 적 내가 태어난 고향 강화도의 밤은 무척이나 무료했다.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면, 주로 방 안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서울이라는 도시로 이사 온 건 20대 중반이 되어서였다. 도시의 불빛들이 화려했고, 또 아름다웠다. 빛들이 현란하게 반짝거리는 도시의 밤이 좋았고, 나는 야경사진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어제도, 오늘도 나는 삼각대를 들고 늦은 밤 어딘가로 향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인 '야경'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