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방콕
어떤 나라나 도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방콕 하면 일반적으로 카오산 로드를 떠올리지만, 얼마 전 보았던 방콕의 딸랏롯파이 야시장 2의 사진을 본 이후로는 이곳이 방콕을 대표하는 이미지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이번 방콕 여행은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패키지여행에서 여행 일정은 사실 카오산로드로 향하는 일정이었는데, 나는 카오산로드 대신 호텔에서 늦은 밤 딸랏롯파이 야시장 2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이곳으로 향했다. 뇌리 속에 강하게 박힌 딸랏롯파이 야시장 2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호텔을 출발하면서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선 딸랏롯파이 야시장 2로 향하는 방법을 인터넷을 통해서 빠른 검색하고, 삼각대와 장비를 챙겨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 이곳 전망 포인트로 향하는 길이 자세히 알려져 있는 글은 따로 없었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근처 역까지 도달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정확히 내가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려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역에서 나와 백화점으로 들어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어쩌면 낯선 이방인이자 관광객처럼 보였을 것 같다. 조금을 헤매다가 주차장 건물을 찾아 도착했고,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잘 모르니 일단 올라가 보기로 하고 주차장 건물의 4층으로 올라가 보니, 저 멀리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단순히 시장이고, 시장의 천막이 각양각색으로 되어있을 뿐인데, 이미 딸랏롯파이 야시장 2는 많은 관광객들의 사진 포인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소를 벤치마킹하여 시장을 열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 밤이었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는 북적스럽고,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공간이다. 하지만 조금은 떨어져서 시장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이국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소란스럽게 들려오는 태국어 소리가 왠지 소란스럽지 않고 좋았다. 그저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삼각대와 카메라를 꺼내서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치면, 10장이면 되었겠지만 나는 사진을 다 촬영하고 난 후에도 한참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그저 낯선 이국의 시장 풍경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재밌었고,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으로 처진 천막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밤은 또 흘러가고, 나의 태국 방콕에서의 사진 미션은 끝이 날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보면, 아직도 시장의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사진은 나에게 여전히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의 기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