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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케이 Aug 03. 2024

책의 마지막장에서 음악리스트를 만나면

대화의 단서

어떤 기억으로 데려다줄 냄새를 찾고 있었다. 귀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머릿속은 작년 가을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 된 보라씨를 생각하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밀려 들어오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어루어만져주고 싶어 멀미가 났다. 의자에 앉아있는데 큰 파도에 갇힌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마음이 바쁘면 정말로 속이 미슥거린다. 그런데 웬걸, 웃고 있다. 이 정신사나움을 좋아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닿은 감정의 물결 속이었다.


순간 정확히 들리는 노래가사는 봉선화였다. 봉선화로 나는 다시 냄새를 맡으려 했다. 벚꽃 잎이 만개한 호수공원이 떠올랐고 이내 내 머리를 매만져주는 누군가의 손길을 기억했다. 다시 들린 노랫말에서는 사랑과 이별을 묻다 피아노 건반소리로 끝났다. 순간 놀이공원에 함성 같은 시끄러움이었다. 


흥이 난 콧구멍에 따뜻한 물 잔을 쥐고 숨을 골랐다. 민망하지만 신난 마음을 알아주고 싶었다. 한 숨, 두 숨, 세 숨. 숨을 세는데 흥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귀에 맴도는 멜로디에서 찾았다. 두 눈마저 감고 한 숨, 두 숨, 세 숨 다시금 한 숨, 두 숨, 세 숨 세어본다. 피식하다 입술 사이로 뽕하고 바람소리 새면 아닌 척 다시 큰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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