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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동 사적식사 Jan 04. 2019

찜쭘, 불과 흙의 힘

저는 조리도구가 불을 다루는 방식으로부터 열을 다루는 방식으로 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리를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발전이라기보다 변화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저로서는 열이 기본인 하일라이트나 인덕션보다는 불이 기본인 가스레인지가 훨씬 직관적이고 뛰어난 조리기구라고 생각되거든요.

한때 밥과 솥에 대해 길게 고민하고 실험한 적이 있는데 제 나름의 결론은, “고전적인 원형 디자인의 가마솥” 과 “잔열이 남는 장작불의 모사” 였습니다.

인덕션은 너무나 빠른 가열로 장작불을 모사하기는 힘들고 하일라이트는 잔열이 남는 특성상 모사에 적합하나 가열이 바닥에서만 이루어지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결국 저는 가스불을 조절하면서 장작불의 잔열을 모사하는 방식이 가장 맛있는 밥을 짓는 방법이라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물론 제 혼자만의 결론일 뿐이지만요.

태국 북부 스타일의 샤브샤브라는 “찜쭘” 을 먹으며 “열”이 아닌 “불”을 사용하는 조리법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칭 샤브샤브라 부르는 음식은 결국 육수와 재료의 선도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토기”를 사용하니 음식의 질감이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재시도하려 했으나 아이들 컨디션 탓으로 실패하여 못내 아쉽습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계속 생각나네요. 저는 “불과 흙”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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