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받았던 사과
저는 아버지에게 제 유년기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Prince 의 Purple Rain 을 듣다 차를 세우고 한참을 운 적이 있습니다. 이 노래가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부분이 이유인가 싶기도 합니다.
첫째 낳고 아이와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많은 곤란을 겪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그 관계의 원형이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형이 바뀌지 않으니 복사본도 바뀌지 않더군요. 그걸 바꿔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한 발짝 앞으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40년 가까이 굳은 관계의 방향을 바꿔내는 일이니 당연한 것이겠죠. 한 때 본가에 다녀오면 심리적 소모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커서 하루 이틀 정도 아무 것도 못하고 드러누워 있기도 했습니다.
제가 변화시키고자 한 방향의 본질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봅니다. 결국 그건 아버지, 어머니에게 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년기에 제가 부모님께 받은, 부모님이 의도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상처들이 그 길을 가로막고 있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육아같은 긴 여정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순간순간에 솔직해야 합니다. 거대한 최종 목표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런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없는 여정이니까요. 순간순간 솔직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저는 아마 자신의 예민함으로, 혹은 다른 누군가의 예민하지 못함으로 인해 그 솔직함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잘 배우지 못했었나 봅니다.
“혹시 내가 나도 잘 모르는 부주의와 실수로 인해 어린 네가 상처받고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 정말 미안하다. 정말 진심으로 사과한다.”
아버지가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셨기에 제가 그나마 이 정도의 솔직함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손님 맞을 준비하며 Prince 의 Purple Rain 을 듣다 들었던 생각, 노래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