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때의 닭백숙
닭백숙
대학 다닐때 방학이 되면 풍물패에서 남원으로 1주일씩 풍물 배우러 전수를 떠났었습니다. 마지막 토요일 즈음에 선배들이 항상 생닭을 사들고 놀러오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었습니다.
생닭을 박박 씻어 아무것도 넣지 않은 찬물을 그득 담고 백숙을 끓여 소금간 하여 나눠먹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 몸과 마음 속 닭백숙의 기본값을 만든 경험입니다.
냉장닭을 사다 껍질을 벗겨내고 끓는 물을 부어 한 번 씻어낸 후 마늘 몇 알만 집어넣고 중불에 천천히 끓입니다.
고기를 맛있게 먹고 싶으면 적당히 익었다 싶을 때 불을 끕니다. 국물에 방점을 찍고 싶으면 불을 좀 더 낮춰 장시간 끓입니다.
닭으로만 밀어 붙이는 박력이 느껴지는 국물, 저는 인삼이나 대추의 힘을 빌은 삼계탕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닭을 드러내는 백숙을 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