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을

by 주점 원행

계란 한 판을,

손실없이 의도한 익힘으로,

삶아내는 방법에 관하여,


나처럼 재능없는 족속들에게,

그 방법까지 가는 길은 멀다.


그 길은 험하지 않다.

그냥 멀다.


구역질나서,

때려치고 싶을 때까지,

계속 삶아야한다.


계란값 따위 생각하지말고,

계란 사다 주머니 탈탈 털릴때까지,

대란, 왕란, 특란, 종류별로,

계속 사다 삶아야한다.


그래야 재능있는 족속들 틈에서,

살아 숨쉬며 궁핍한 밥벌이라도 할 수 있다.


내가 이 뻔한 사실을,

좀 더 어렸을 때 알았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계란 삶다보면,

종종 비관적 세계관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데,

나는 그럴 때 그냥,

한 판을 더 사다,

다시 한 번 삶는 버릇이 생겼다.


네, 오늘 기본안주 호피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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