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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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아이들 저녁식사를 차려놓고 나오면서 계란 후라이를 했다.
첫째는 노른자를 살짝 터뜨린 Over Medium 취향이고, 둘째는 Sunny Side Up 취향이다.
스타일을 다르게 조리하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어서 나는 되도록 아이들에게 오늘 어떻게 해줄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원래 취향과 다른 스타일로 해줄 테니 먹어보라고 권한다.
취향을 존중받아본 경험을 한 사람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할 수 있는 여유와 힘을 가지게 된다.
나의 모든 취향을 세상에 관철시킬 수 없고 그게 옳지도 않다. 하지만, 취향을 존중받고 존중하는 과정을 번잡스러움과 까칠함으로 정의하는 순간 인식의 스펙트럼은 좁아지고 세계는 무채색으로 변한다.
취향이란 게 원래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게 귀찮고 싫으면 “저게 좋다고 하던데”, “저걸 해야 멋있는 거라고 하던데“ 같은 이야기를 좇아가며 살면 된다. 그게 특별히 다른 사람을 해하는 문제 있는 삶인 것도 아니다.
세상의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은 대체로 실질적 필요와는 거리가 멀다. 즐겁게 살자면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하고, 좀 더 밀도 있게 즐겁자면 반드시 ”쓸데없는 나의 취향“을 탐색해야 한다.
아이들이 끝없이 쓸데없는 짓을 했으면 좋겠다. 계란 후라이 취향을 파악하고 나면 뭐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계란을 지져보고 튀겨보고 구워보고 으깨어 보았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내 취향을 찾을 수도, 내 인식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도, 내 세계의 다채로운 색상을 목격할 수도, 내면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도 없다.
써놓고 보니 나 자신한테 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