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2. 리락쿠마 플라스틱 컵

by 김노리

본 소설은 인공지능 AI와 함께 작성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우리 집 거실 베란다 앞에는 외할머니가 덩그러니 앉아 계셨다.


대구 이모가 짊어지고 있던 '간병'의 역할이 잠시 우리 집으로 옮겨온 날이었다. 엄마는 평소처럼 아빠의 옷을 정갈히 다려두고 삼시세끼를 차려내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다 거실 한복판에 앉은 할머니를 볼때면, 엄마는 무언가 일거리를 할머니 앞에 툭 던지곤 했다.


"이거 하라고 해라 할머니."


할머니한테 좋다는 게 엄마의 설명이었지만, 나는 그 모습이 왠지 낯설어 물었다.


’이거.?’


엄마는 이미 등을 돌려 주방으로 몸을 옮긴 후였다.


목이 마르다는 할머니의 말에 내가 찬장에서 사기 머그컵을 꺼내자, 엄마가 내 손에서 컵을 가져갔다. 대신 엄마가 내민 것은 집안 구석에 굴러다니던, 내가 아트박스에서 사두고 쓰지 않던 리락쿠마 플라스틱 컵이었다.


"할머니 그거 못 든다."


엄마는 컵을 흔들며 빨리 가져다주라는 손짓을 했다. 리락쿠마 캐릭터가 잔뜩 그려진 가벼운 플라스틱 컵 안에서 찰랑이는 물줄기. 나는 그 컵을 들고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는 내 방을 쓰셨다.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던 그 방에서 할머니는 어느 날, 낡은 인터폰 전화를 붙들고 대구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어린아이처럼 울먹이셨다.


"나 갈란다... 내 좀 데려가라... 나 갈란다..."


그 애원 끝에 할머니는 기어코 내 방에서 기이한 의식을 치르셨다. 물을 떠 오라 하고, 소금을 가져오라 하더니, 급기야 주방에서 날카로운 식칼을 가져오라 하셨다.


현관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할머니는 입에 머금은 물을 홱 뱉어내며 칼을 던졌다.


챙그랑.


칼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한 아파트 복도에 울려 퍼졌다. 칼끝이 집 안을 향하면 할머니는 다시 칼을 집어 들고 던지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칼끝이 현관문 바깥, 집 밖을 향해 멈췄을 때야 할머니는 땀을 닦으며 나직이 읊조리셨다.


"이제 됐다."


엄마는 그 모든 과정을 멀찍이 서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었다. 맘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 그게 전부였다. 얼마 후 할머니는 다시 대구로 떠나셨다.


나는 가끔 그 리락쿠마 컵을 볼 때마다 엄마의 흔들리던 손길이 생각났다. 그리고 할머니가 내 방에서 그토록 간절히 던졌던 식칼의 금속음도.


하지만 그뿐이었다.


고등학생인 내가 이해하기에 그 풍경들은 그저 조금 이상하고, 아주 조금 무거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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