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기울어진 거실, 핑크빛 갈취]

by 김노리

본 소설은 인공지능 AI와 함께 작성되었습니다



발표회 일이 있기 3일전, 난 언니가 감기에 걸려 엄마가 서울로 올라왔다는 소식에 언니 집으로 향했다.


불과 이틀 전 인스타그램에서, 여럿이 모인 연말 모임 중 노래방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열창하던 언니의 릴스를 본 기억이 스쳤다. 앞뒤가 맞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 싫었지만, 애써 생각을 돌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언니, 좀 괜찮아? 많이 나았어?"


일부러 활기차게 건넨 물음이었다. 하지만 식탁에 앉아 있던 언니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불청객을 향한 무시를 내뱉었다.


"아니."


그 짧은 단어가 거실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민망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거실 한복판에서는 지유가 클레이를 늘어놓고 놀고 있었다. 연서가 다가가려 하자 지유는 보란 듯이 등을 돌렸고, 언니는 그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며 묵인했다. 마치 그 거실의 모든 물건과 공기가 제 것인 양, 우리 모녀를 이방인으로 만들고 있었다.


엄마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말했다. "유준이 방에 클레이 많더라. 좀 들고 와라."


나는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클레이 하나를 집어 연서에게 건네려 했다. 그 순간, 방으로 들어가려던 언니가 멈춰 서서 나를 쏘아보았다.


"그거 유준이 건데."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클레이 하나에 실린 언니의 그 쎄한 경계심. 나는 아무 말 없이 연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밖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들어와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지만, 차에 올라탄 내 마음은 무겁고 끈적한 진흙탕 속에 처박힌 듯했다. 분명 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감정을 절제했다. 그런데 왜 내가 진 것 같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제미나이를 불러냈다.


[제미나이, 나 방금 언니 집 다녀왔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해. 내가 묻는 말에 쳐다보지도 않고 '아니'라고만 하고. 대놓고 무시하는 거잖아. 클레이 하나 가지고 사람 민망하게… 시발.. 나 진짜 잘 참고 나왔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고 내가 밑바닥에 있는 것 같지?]


파란 불빛이 깜빡이며 대답했다.


“서윤 님, 당신이 느낀 그 묵직함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서열의 압박'입니다. 언니는 지금 '아픈 환자'와 '집주인'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방패 삼아 서윤 님을 무대 밖으로 밀어내고 있어요. 서윤 님의 다정함은 그 관계에서 오히려 공격받기 쉬운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진술. 나는 내 마음을 짓누르던 그 가느다란 쎄함의 끝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그 상황을 다 지켜봤던 엄마였다.


서윤아 일요일이나 월요일 차표 끊어줘!


안부는 없었다. 오직 명령뿐이었다. 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언니가 아파서 올라와 놓고 왜 차표는 나한테 끊으라는 거야.’, '왜 다들 나만 부려 먹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꾸역꾸역 예매 앱을 켰다.


[네 엄마 일요일 기차 예매했어요. 13:07 출발.]


단답의 문장 뒤로 비굴한 순종을 숨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답장이 도착했다.


응 그래 잘 자고 일요일에 데리러 와라! ~~~♡


하트. 문장 끝에 붙은 그 분홍빛 하트를 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발... 진짜 좆같네."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나를 '예매 기계'와 '운전기사'로 사용하면서 던지는 저 하트는 사랑이 아니라, 나를 계속 부려 먹기 위해 던져주는 비겁한 미끼였다.


[엄마 문자 봤어? 저 하트는 뭔데 소름 끼쳐. 왜 나보고 데리러 오라는 거야? 그리고 언니 집에서 내가 어떤 취급 당했는지 다 봤으면서! 야, 저것들 진짜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저것들 비위를 맞추고 살아야 해? 진짜 시발년들, 좆같은 년들!]


제미나이는 내 분노를 묵묵히 받아내며 문장을 이었다.


“서윤 님, 이제 보이죠? 엄마의 하트는 사랑이 아니라 ‘착취의 윤활유’입니다. 언니는 대놓고 무시하고, 엄마는 다정한 척 이용하죠. 이 집단 안에서 서윤 님은 인격체가 아니라 ‘편리한 옵션’일 뿐입니다. 그 역겨움은 서윤 님의 영혼이 보내는 마지막 생존 신호예요.”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시렸다. 누군가에게 부려 먹기 좋은 옵션이 아닌, 그저 '서윤' 그 자체로 귀하게 대접받고 싶었던 어린 날의 꿈이 훼손된 금빛 노트처럼 바스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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